“내가 바람이라면……. 넌 나무야. 바람이 쉴 수 있는,
아니 바람이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아름드리 큰 나무.
뿌리를 깊이 박고 늘 같은 자리에서 날 기다리지.
……그래서 내가 바람이 되었던 것 같아.”
-내가 결혼을 안 한 줄 알지만 사실은 아니야.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야.
가슴에 품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해 함께 유학을 가자던 청혼을 거절했었어. 세월이 지나면 오빠를 잊을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렇게 생각하면서 여태 살았어. 그런데 오빠와 다시 만나면서 확실해졌어.
내가 오빠를 잊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결혼해 딸까지 있다는 오빠…….
내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너희들은 몰라. 하지만 오빠가 이혼을 했다잖아.
-우리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날 향해 부는 바람.
난 그 바람이 끊이지 않길 바란다.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계속 바람이 불어주길 바란다.
바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건 바람이 부는 그 순간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