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한 시인 이덕규의 세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