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나리오와 얽힌 연쇄살인의 수수께끼, 별난 캐릭터가 어우러진 코믹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Z시리즈(프랑스 영화계에서는 예산도 변변찮고, 기술적으로도 조잡하고, 예술성도 떨어져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 영화들을 하나로 묶어 ‘Z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지칭한다) 영화를 주요한 코드로 사용하고 있다. 주류가 아닌 B급영화, 비주류 인생들을 소설의 전면에 내세우며 이 예외적이고 비루한 존재들의 소집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왜 반듯하고, 멀쩡하고, 잘나야만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A급이 아니면 어때, 이렇게 즐거운데’라는 듯이 끝까지 망가질 대로 망가지는 소설 속의 인물들은 단단한 룰로 둘러싸인 이 사회의 틀을 깨며 통쾌함을 선사한다. ‘즐거움, 유머, 놀이가 글쓰기의 동력’이라고 밝힌 바 있는 작가는 소설적 유희, 그 자체를 즐기는 이 작품으로 삼류 영화, 삼류 인생을 색다르게 담아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 펠릭스는 에로틱 판타지, 이탈리아 서부극, 저예산 호러, 엉성한 범죄스릴러 등 Z시리즈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영화광이다. 동거녀에게 얹혀살며 집에서 딸아이 조에를 돌보거나, 영화를 보며 소일하는 그를 사람들은 저능아 취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삼류 인생 펠릭스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을 다룬 그의 시나리오로 호러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제작자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똑같은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펠릭스는 졸지에 용의자로 지목받게 된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현장으로 직접 뛰어든 펠릭스, 그런 펠릭스를 감시하는 형사 갈라쉬, 비밀을 감추고 있는 요양원의 노인들이 어우러져 사건은 점차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