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필영 시조시인의 시조집 『우회도로입니다』가 천년의시작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시조집 『지귀의 낮잠』 『누님동행』 『둥근 집』 『달빛 출력』과 시선집 『정월 인수봉』 등을 펴내면서 우리 시조 시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이호우시조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노산시조문학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시인의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는 아마도 존재의 근원에 대한 시적 탐색일 것이다. 이번 시조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시조의 화자는 개별적 체험에 국한되지 않고 존재 일반을 탐색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처럼 타자 지향적인 시편들은 존재 일반의 탐색이라는 보편적 성격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는 시인의 근원에 대한 믿음과 의지가 작품에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해설을 쓴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신필영 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뭇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의 감각을 통해, 삶의 본원적 구경에 가닿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원숙한 언어와 표현을 보여준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점증하는 역설적 지혜를 통해 자기 확인을 넘어 사물을 오롯이 그 자체로 담아내는 서정시의 원초적이고 궁극적인 몫을 함께 보여준다”라고 평했다. 현대적 복합성을 실질적 내용으로 삼으면서도, 시조가 가지는 균형과 절제의 미덕을 최대한 살리고 통합함으로써 신필영 시인은 독자성을 획득한다. 과거의 시조가 지니지 못했던 이 독자성은 우리 시조의 진화된 면모를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