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대 위의 여자들』은 한국 근대 여성이 ‘과학적 교양’과 관련하여 주체상과 세계상을 여하히 형성해 나갔는지를 도상해석학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저서이다. 따라서 이 책은 과학, 젠더, 그리고 시각문화의 교섭 관계에 집중하며 근대 과학 문화에서 생산된 시각 이미지의 젠더적 차원을 강조하기 위해 문학과 미디어 문화를 가로질러 보다 융합적이고 확산적인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과학의 정치성 및 여성적 시각에서 본 문제성 등을 연구하고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방법론이며, 연구 발상이다. 이 책의 내용은 로봇에서부터 사춘기 소녀의 감수성, 여성의 성욕과 히스테리, 가정경제학, 위생학, 출산과 양육의 테크놀로지, 성형, 미용 기술, 방공과학과 대용품 공학, 그리고 영양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논제의 맥락에서 과학의 젠더 효과에 관한 이해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여성의 욕망, 신체, 노동과의 관계에서 과학적 지식이 어떤 기능을 했는가, 즉 여성 젠더의 생산과 여성 문화의 구축에 대중화한 과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해명한다. 저자는 근대 대중 매체가 마련한 해부대 위에서 과학은 해부용 칼이 되었다고 비유한다. 과학의 객관적인 칼날 아래 이상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이 계산되고 측정되기 시작했고, 여성의 신체는 파편화되고 조립되는 기술적 개조 과정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인체를 단편화하여 읽는 해부학적 관찰이 유독 여성의 몸에 한정되어 실천되면서 근대 과학 기술과 지식은 오히려 전통적인 젠더 규범을 재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처럼 과학과 젠더의 문제를 대중화한 지식의 차원에서, 권력과의 관계 차원에서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이 책은 과학과 젠더의 현주소 역시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