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현대 민주정치와 정치평론의 심층적인 연관관계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직접민주정치의 발원지였던 아테네 도시국가의 아고라에서 시민들은 말을 통한 논쟁과 설득에 의해 정치적 현안들을 다루는 공론정치에 익숙했다. 현대 사회의 시민들 또한 고대의 공론정치를 갈망한다. 오늘날의 미디어는 종종 현대판 아고라로 간주되며 특히 정치평론가는 곧잘 고대 아테네의 시민에 비견된다.
현실정치에서 직접적으로 개입되어 활동하는 정치가의 태도와는 달리 정치평론가는 역사의 특정한 정치현실로부터 발생하는 사안들을 적절한 거리를 두고서 반성적인 태도를 취한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과 유리되어 연구하는 철학자의 태도와는 달리 정치평론가는 구체적인 현안들을 다루고 그 대안을 찾고자 하며,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이런 정치평론의 정신은 공동체의 현안에 대해 타인들과 소통하여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공론으로 승화시켜 정치공동체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