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키다리 아저씨의 프러포즈
※ 작가: 김민영
※ 이북 가격: 4000원
※ 책소개
친애하는 키다리 아저씨께.
안녕하세요, 아저씨.
저는 아저씨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라고 할 줄 아셨나요?
천만에요. 천국행 기차표를 어떻게든 사 보겠다는 심정으로
어설픈 동정 보내 주시는 것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 때마다 저한테만 유난히 튀게끔 선물을 보내 주셔서
아이들 사이에 왕따 분위기 조성하셨던 것에 감사드릴까요?
아니면 영유아를 비롯하여 만 18세 미만의 아동 및 청소년들이
모여 사는 곳에 그런 전문 도서와 현학적인 이른바 작품만
보내 주신 것에 감사드릴까요? 대체 보육원을 어떤 곳으로 아시는
거예요? 20세 이상의 성인들이 아기자기 모여서 글공부하는 곳?
아니면 다 본 책을 옮겨 놓는 창고쯤? 보육원에 한 번 와 보시기는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저게 알고 보면 다 몰라서 한 짓인걸요.
부모님 없이 자란 대신에 빠릿빠릿하고 눈치 100단인 제가 우리
아저씨를 거둬주는 수밖에요. 사실 어린 시절부터 후원을 받아왔으니
이 정도 보은은 해야겠죠?
※ 책 속에서
키다리 아저씨를 찾아왔대!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려고!
앳된 얼굴의 청년은 손님을 그대로 세워 둔 채 크림색 소파로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자영에게 안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네가 찾아온 윤상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은 이미 4년 전에 돌아가셨어.
자영은 놀란 시선으로 앳된 얼굴의 청년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헛걸음을 한 셈이 아닌가.
하지만 헛걸음을 한 건 아니니까 안심해! 네 진짜 키다리 아저씨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니까.
청년의 말에 놀란 자영은 고개를 돌려 창가에 서 있는 남자를 찬찬히 관찰했다. 창가의 남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였다. 다문 입술이며 쌍꺼풀이 없는 눈에선 우수어린 서늘함이 느껴졌고,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는 머리 모양은 차분하고 진중해 보였다. 하지만 선물을 보내 준 사람은 나이 많은 할아버지일 거라 생각했던 터라 예상 외의 사람을 마주하자 당혹스러웠다.
그런데 어떡하지? 키다리 아저씬 이미 약혼한 상태라서?
※ 작가 후기
키다리 아저씨의 프러포즈는 알고 계시듯 진 웹스터의 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사춘기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읽었을 소설의 매력적인 스토리가 이 소설의 창작 동기입니다.
진 웹스터의 소설과 달리 프러포즈의 주인공 자영은 어두운 환경 탓에 가시 돋은 인물이지만 시경을 만나면서 차츰차츰 성격에 변화가 오게 됩니다. 사랑이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합니다.
따뜻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통해 저 자신이 좀 긍정적으로 변화했으면 싶었습니다. 냉소적인 데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저는 알코올의 힘을 빌지 않으면 절대 자영처럼 말하고 행동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선 현실에서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하고, 아마도 그래서 지금껏 펜을 놓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소설을 쓸 즈음, 이런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절박한 사정 때문에 제가 누군가에 의해 지금의 어머니에게 입양된 것은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어머니를 붙들고 장난삼아 묻기도 했습니다. 제 친어머니가 누군지 이제는 밝힐 때도 되지 않았느냐 하고. 그 철없는 상상이 이 소설을 끝까지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쓰는 많은 소설은 제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세상에 지친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자 위로가 바로 소설입니다. 새로운 소설에 곁눈질하고 있는 걸로 보아 아직 더 많은 위로가 필요한 듯합니다.
이 소설을 쓰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수정을 하면서, 제가 쓴 소설인데도 낯선 얼굴을 하고 있을 땐 이게 과연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인가 싶어서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수정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늘 그렇듯 마음과 머릿속에 든 단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뜻대로 써지지 않아 답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가슴 속엔 벅찰 정도의 꿈이 들어 있는 반면에, 그것을 표현해 내야 하는 머릿속엔 쩔그렁 소리만 내는 깡통 뿐이라 어려웠습니다.
미친 개나리와 나자리노와 산책을…….이 전자책으로 나온다기에 요즘 손보고 있는데 오래 전에 쓴 소설들이라 많이 생경합니다. 하지만 오랜만에 옛 추억을 회상하며 소설들을 다시 읽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즐겁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의 이름을 빌어다 써서 한동안 연락 없던 사람들과 다시 만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늘 아낌없는 잔소리로 저를 소설로 도피하게 만든 어머니가 가장 고맙습니다. 그리고 제 소설을 읽고 이래서 살아가는 맛이 난다는 과찬으로 엑스터시를 맛보게 한, 살인을 저질러도 제 편일 것만 같은 소영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소설을 연재한 지 꽤 됐는데 잊지 않으시고 기억해 기회를 주신 신영미디어 관계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