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주는 힘이 뭔지 잘 모른다. 이런 날 보고 넌 특별히 힘든 시절이 없어서 그런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른 아픔의 농도 때문이지, 힘든 시절이 없어서는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 종교를 갖지 않는 이유는?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종교를 갖고 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는 일이 생기겠지. 종교가 내 인생에 긍정적인 부분을 차지한다면 좋겠지만 부정적 의미를 차지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그 당사자는 부정적 의미 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지역 명사이자 정치인 잭 메르시에의 부탁을 받고 그레이스 펠티에의 자살 사건을 조사하게 된 탐정 찰리 파커. 그레이스 펠티에는 죽기 전까지 종교 관련 논문을 집필 중이었고 그 논문이 최근 보도된 이글 레이크 침례교도들의 유골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는 사이비 종교 단체인 펠로우쉽의 수장인 카터 파라곤을 만나기로 했고, 그를 만나고 난 뒤 죽었다. 그리고 사라진 친구 마시. 그레이스의 자살 현장과 의심스런 증언을 내 놓는 경찰. 그레이스가 메르시에의 숨겨진 딸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파커는 이 사건에 의구심을 품는다. 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파커를 따라다니는 살인청부업자 퍼드가 나타나고 사건은 꼬이기 시작하는데...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책을 읽게 되면 생각한다. 그들은 왜 이런 종교에 빠지고, 이런 종교의 목사는 어떤 말로 이성적인 사람들의 정신을 마비시키는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일 것이고, 조금 더 오늘 보다 잘 살아보고자 했던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단체 생활을 하게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재산을 모두 처분하게 한 뒤 모여 살기 시작한다. 물론 모든 사이비 종교 단체가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않았나? 그런 일들이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으로 발간되기도 했다. 내 입장에선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이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건 못 배워서도, 돈이 없어서도 아닌 것 같다. 힘들어 하는 사람의 마음을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어쩜 그런 능력이 평범한 사람을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게 하는 힘이 아닐까? 문제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어느 순간 공감의 탈을 벗어던지는 것이겠지.

존 코널리의 책은 처음 읽었다. 유명한 작가이고 재미있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내가 처음 만난 이 책의 주제가 무거워서 일까? 아님 일본식 혹은 우리나라 식 스릴러나 추리 소설에 익숙해져서 일까? 조금은 지루하고 추측 가능한 그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사실. 심지어 긴장감도 떨어져서 아쉬웠다고나 할까? 미국식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한국식 사이비 종교에 대한 이야기가 더 공감 가는 걸 어쩔 수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