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본인의 홈페이지(루나파크)에 카툰을 그림일기처럼 올리던 루나. 그리고 그것들을 묶어 '루나파크' '사춘기 직장인' 등으로 출간한 바 있는 그녀가 첫 에세이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무슨 에세이인가 하고 보니, 잘 다니던 직장에 한순간 사표를 던지고 영국으로 훌쩍 떠나 무려 8개월간 체류하고 돌아와 그간의 런던 생활을 특유의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매순간 기록으로 남겨 자칫 무의미하게 흘려보낼 일상도 소중한 일생의 부분으로 훌륭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그동안의 습관으로 미루어 보건대, 런던에서의 체류기가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일일 것이다. 물론, 글 사이 중간중간 예고 없이 만나는 15개의 짧막한 카툰을 통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을 간명하지만 유쾌하게 소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처럼 크게 네 챕터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각 루나만의 고유 이름이 붙는다. 이뿐만 아니라 책을 한 손에 들고 전체를 휘리릭 훑어보아도 본업인 카피라이터다운 발상이 여기저기 반영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평소 카툰을 통해, 본인의 섬세하고 다소 소심하면서도 준비성 철저한 빈틈 없는 성격을 잘 드러내주는 에피소드를 공개해왔는데, 이번 에세이에도 그녀의 이런 면모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장기여행을 마음먹고 떠나기 전까지 회사에 사표를 내고 각종 티켓을 예매하고 머무를 거처를 고르는 모습에서 촘촘한 준비의 계절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