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25주년 기념판
“삶이란 그 무엇인가에 정성을 쏟는 일”
자연과 소통하고 몰입한 생활 철학자
같이 산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 밀리언셀러
깊은 산속의 약초 같은 사람이 들려주는
고봉밥처럼 소박하고 풍성한 지혜 모듬
1993년 초판이 나온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는 독자들에게 알음알음으로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에 2018년 출간 25주년을 맞아 기념판이 나왔다. 경북 봉화에서 농사지으며 홀로 자연에 순응한 삶을 산 지은이가 지인들과 수년간 주고받은 편지글을 묶은 책이다. 현학을 거부하는 그의 글은 소탈하고 정직하다.
어지러운 세상사를 농사의 단순하고 소박한 언어에 비춰, 우리가 잊고 있는 참삶을 깨우쳐 준다. 지은이는 누구를 만나든 농사꾼으로 자처하며 시종 농사짓는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그러나 쉽사리 듣기 힘든 농사짓는 이야기 중에 큰 우주가 있고 예지가 빛난다. 계절에 대한 상념을 소박하게 적어내려 가는 동안에 역설의 철학과 넉넉한 사랑으로 한 세계를 열고 있다.
시인 신경림이 “깊은 산속의 약초” 같다고 했던 전우익. 산야에 나서면 그대로 한 그루 나무가 되는 이. 품에 숲 속 사계가 들어앉은 이. 묵묵히 농사짓고 가만가만 있던 그이가 이 세상 착하게 살려면 착함을 지킬 독함을 지켜야 한다며 수줍은 듯 식물성 지혜를 펼쳐 보인다. 관념의 과장이나 감상의 치기 없이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맛이 나는 글로 사람의 품위와 세상 사는 지혜를 느끼게 한다. 시인 신경림이 쓴 발문에는 지은이에 얽힌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돗자리 만들기, 파 뿌리 자르기, 물통 이야기, 나무 키우기, 풀 뽑기, 장작 패기, 벼 심기 등으로 시작해서 숨은 자연의 작은 이치를 깨닫게 해 주고 마침내 사람이 사람답게 잘 사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 준다. “부들을 고를 때 처음에는 많이 버렸어요. 그러나 이젠 거의 다 씁니다. 제일 나은 것은 앞에 대고 다음 것으로 뒤에 받치고 짧고 못생긴 건 속에 넣지요. 부족한 것을 감싸 안는 아량 같기도 한데, ‘짧다’, ‘길다’ 하는 건 사람이 하는 말이고 길고 짧은 것이 알맞게 모여 식물은 이루어져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