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첫 시집의 정한아는 지금 "간신히 노련하다". 어패가 있을 수 있는 이 문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신히"라는 아슬아슬함과 "노련함"이라는 안정됨을 함께 가져가는 궤이다. 펄떡 뛰는 감각의 몸뚱이를 받쳐주는 깊고 넓은 사유의 침대, 그것이 바로 정한아의 힘이 아닐까.
총 예순두 편의 시가 일정한 부의 나눔 없이 펼쳐져 있는 이 시집 속 우리가 특히 주목했으면 하는 시 한 편의 몇 구절들을 떠올려본다. "우리를 웃게 하는 것이 끝내는/ 우리를 울게 한다 그것이/ 중독의 정해진 회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행을 견디어낼 수 있는가/ 우리는 진화의 극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