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쓰나미 시대의 일본,
그 황폐함의 밑바닥에서 일본인들이 집어든 단 한 권의 소설!
144회 아쿠타가와 상이 발표되던 2011년 1월 17일, 일본 열도가 뒤집혔다. 중졸에 날품팔이로 하루하루를 전전하던, 부친이 성범죄자라는 치명적인 이력을 지닌 사십대 중년 남자가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일본 제일의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특이한 이력도 눈에 띄었지만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소감은 더욱더 눈길을 끌었다.
『고역열차』는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고, 한잔 술로 마음을 달래며 그날그날 항만 노동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열아홉 살 간타의 서글픈 삶을 다룬 작품이다. 소설을 처음 접한 독자는 불편하고 낯선 느낌을 받게 된다. 재미있는 이야기 구조나 복잡한 플롯도 없고, 남녀의 뜨거운 로맨스나 애틋한 사랑의 감정도 없다. 마치 과거 카프 소설에 등장할 법한 가난과 물질적인 고통, 그리고 그것에 따른 괴로운 심리묘사가 가득하다. 일용직 노동을 하러 가는 아침 출근길에 한 그릇 메밀국수가 먹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옆자리에서 빵을 먹는 남자를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사소설의 후계자인 그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자기 일상의 흔적을 문자로 옮겨서 종위 위에 보관할 뿐이다. 가공되지 않은 그 삶의 단면은 당연히 거칠고 어딘지 불편하지만 거기에 깃든 진정성이야말로『고역열차』가 주는 거친 매력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니시무라 겐타의 삶은 너무도 낮고 초라하다.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추악하다. 하지만 그 속내는 진솔하며,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한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대지진 이후 피폐함과 혼란 속에 던져진 일본인들은 그의 작품에서 진정성이 주는 희망을 보았다고 말한다. 이는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던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묵직한 울림과 문학적 감동을 통해 전해진다.
작가는 말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위안을 얻기를 바란다”고. 그는 자신을 낮추어 진정성을 전하는, 이 시대의 보기 드문 작가다. 노동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가다. 결국 이 소설은 혼란의 시대를 통과하며 고통 받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