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메시스에서 12월 1일 출간한 『출판사를 만들다 열린책들을 만들다』(576면, 12,500원)는 1986년 열린책들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일구어 온 홍지웅 대표와 편집부가 함께 엮은 책이다. 다양한 매체에 홍 대표가 직접 쓴 기고문을 비롯해 시인과 소설가 등 여러 저자가 열린책들을 지켜보고 글로 풀어낸 칼럼들, 그리고 출판사를 만든 후 지금까지 30년간 한국의 출판 현실에 대해 기자들과 솔직하게 나눈 인터뷰 등으로 구성하였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제1장 「책은 살아 숨 쉰다」는 러시아 문학 출판의 험난한 외길을 걸었던 1989년부터 [오늘의 출판인] 본상의 추천사를 쓴 2016년까지 모두 27년간 홍지웅 대표가 직접 쓴 글을 모았다. 총 39편의 기고문을 통해, 이제 막 출판사를 설립하고 패기가 넘치는 초창기의 각오뿐 아니라 실제로 출판 현실에 부딪히며 깨우쳤던 사례들, 되든 안 되든 무조건 밀어붙였던 책에 관한 뒷얘기 등 열린책들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제2장인 「눈 밝은 출판인 홍지웅」에서는 평소 열린책들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본 소설가와 번역가들이 쓴 칼럼을 묶었다.
또한 신문과 잡지, 웹진 등 수많은 매체에서 기자들과 나눈 대화는 제3장인 「책을 만드는 게 여전히 참 좋네요」에 고스란히 수록하였다. 1989년부터 올해까지 인터뷰 횟수는 총 66회. 여러 번 만나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기자와의 만남뿐 아니라 작정하고 맹렬하게 물어뜯는 후배 출판인과의 인터뷰는 책을 둘러싸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 출판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소련과의 최초 수교, 빚더미에 눌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7권을 완간했던 『붉은 수레바퀴』에 관한 일화, 한정판 2,000질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출판사를 때려치울 결의로 고집스레 내놓았던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움베르토 에코의 저작집에 관한 얘기, 『좀머 씨 이야기』, 『개미』 등 밀리언셀러를 7권이나 펴낸 저력,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시절에 매의 눈으로 잡아내어, 결국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작가]로 만든 베르나르 베르베르와의 인연 등 평소 열린책들에 관심 있었던 독자라면 마치 수수께끼 해설집을 보는 것처럼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책을 만든 홍지웅 대표와 편집부가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글을 엮었던 게 아닌 만큼, 이 책이 독자들에게 부담 없이 편안하게 다가가기를 바란다. 열린책들의 오랜 팬인 사람에게도 혹은 이제 막 열린책들을 알게 된 사람 모두에게도, 책을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책이란 매체가 중요한지를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홍지웅 대표가 출판을 시작하고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얻은 교훈은 가슴속에 늘 두고 싶어지는 말이다. [그것은 정도를 걷는 출판은 독자들이 끝까지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행이나 유행을 타는 책들은 일시적으로는 성공할지 모르지만 오랫동안 살아남지 못한다. 기획에서부터 번역, 편집, 교정, 제본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은 언젠가는 팔리게 마련이다.] 한 출판인이 30년간 책을 만들면서 겪었던 이러한 구체적인 경험과 소회는 출판 관계자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모든 독자에게 자신만의 울림이 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