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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순례
글쓴이
김형주 저
출판사
담론
출판일
2017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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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형주

“어떤 도시에서 길을 잘 모른다는 것은 별일이 아니다. 그러나 마치 숲에서 길을 잃듯이 헤매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다.”라고 발터 벤야민이 말했다. 어느 날 나는 길을 잃듯, 그곳을 헤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알았는데, 그것은 나 자신을 낯설게 만들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그날,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세계 속에 내던져진 존재라고 하이데거가 말했다. 그런데 그저 내던져진 존재인 것이 아니라, 눈을 떠보니 세계는 스스로 법칙으로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삶은 그렇게 주어진 세계 속에서 순응해야 할 운명을 등지고 주어진 시간을 거스를 수 있을 때 온전해질 수 있다. [봄의 순례] 주인공 이은수(누구나 걷는 길을 걷지 않고 자신만의 법칙으로 세상에 맞닿아 있는 이, 도서관 사서이다)는 정해진 인간의 규칙을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여전히 그 두 경계 사이에서 혼란을 겪는 인간이기도 하다.

명나라 도앙의 [세 여가에 쓴 쓸모없는 이야기. 열 벗과 열두 손]에 “송나라 증조는 열 가지 꽃을 벗으로 생각하여 각기 말로 만들었는데 다음과 같다. 씀바퀴는 운치 있는 벗이요, 말리는 우아한 벗, 서향은 특출난 벗, 연꽃은 깨끗한 벗, 국화는 아름다운 벗, 작약은 요염한 벗, 매화는 맑은 벗, 치자는 좌선하는 벗이다.”라고 적혀있다. 주인공 이은수는 두 경계 사이에서 자신을 열 수 있는 벗을 만나며 온전함을 찾아간다. 연꽃의 차민정(이은수의 동료 도서관 사서), 국화 같은 정민규(사설학원 강사), 매화를 닮은 성민재(컴퓨터 부품회사 사장), 말리를 품은 차윤정(의사를 그만두고 번역 일을 하는 이) 그리고 작약인 송정혜(작약 그 자체)와의 교류를 통해 한 인간의 삶의 온전함에 이르는 길에 선다. 이 글의 작가는 누구를 기다렸을까? 인간은 오랫동안 존재를 물었고, 선과 악으로 도덕을 규정하며 세계 질서를 세워왔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존재론과 가치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듯하다.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아닌, 주체와 맞닿은 주체와의 관계에서 작가는 실마리를 풀어내고자 한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작약’ 같은 벗과의 교류, 그 이면과 내면에 인간 삶의 행복이 들어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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