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시사사』로 등단한 송은숙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얼음의 역사』가 출간되었다. 2012년 첫 시집 『돌 속의 물고기』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온 송은숙 시인이 5년 만에 낸 시집이다. 시인은 “아모로비우스 페록스란 거미는/ 새끼가 태어나면/ 어미가 자기 몸을 먹이로 내준다고 한다./ 이 지극함에/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시인의 말」)라며 두 번째 시집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시인의 말마따라 이번 시집에서는 자기의 몸을 시에 바치는 사제로서의 자세가 빛을 발하고 있다. 늘 다른 곳을 바라보며, 늘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하여 아모로비우스 페룩스의 시선을 장착, 보다 새롭게, 그리고 보다 정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보도블록과 가로수 밑을 지나는 한 마리 개” 너머의 “개의 목줄을 쥔 살찐 손”(「눈을 뜬다는 것」)을 바라보는 자세에서 빛을 발한다. 이를 통하여 시인은 원초적인 대상을 바라보게 되는데, 이는 투명하지고 싶은 열망으로 다다른다. 그리고 투명해진 존재는 곧, 보이지 않는 존재이자 죽은 존재인데, “사랑니조차 돋지 않는 불모지이지만/ 가끔씩 물을 주고 싶어지는 것”(「선천적 결핍」)에서 알 수 있듯, 죽음이란 “선천적 결핍”을 보편적 공감대의 차원으로까지 끌어오는 시적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 이재훈은 “오래된 것을 숭고하다고 말할 수 있는 눈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평하고 있다. 또한 시인 송은숙이 ‘페룩스의 시선’을 통해 시인이란 “어둡고 좁은 데서 안식을 느끼”며 “어머니 자궁 같은, 그런 곳을 찾아 헤매는” 존재이며 “모든 어둡고 낮은 곳에 축복을”(「고양이 본능」) 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모로비우스 페룩스처럼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투명과 죽음을 바라보는 삶. 그것이 시인 송은숙의 삶이자, 곧 투명한 ‘얼음의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