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홍 시인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잔소리
아들아, 놀 시간도 없는데 /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냐? / 아이들은 놀려고 세상에 태어났어. / 공부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야. / 빨랑빨랑 책 덮고 나와. / 엄마랑 아빠랑 썰매도 타고 / 언덕에 올라 연도 날리고 / 숲속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 바람소리 새소리 들어보고 / 바닷가에서 게도 잡고 / 싱싱한 가재도 먹고 / 별이 쏟아지는 해수욕장을 걸어 보고 / 아들아, 그만 자고 얼른 일어나!
― ‘맛있는 잔소리’ 시에서(58쪽)
농부의 마음으로 시를 쓰는 서정홍 시인이 새롭게 동시집을 펴냈다. 땅에서 자연의 도움을 받아 소중하게 기른 작물이 밥상에서 사람 목숨을 살리듯, 시인은 시 예순아홉 편을 써 내려 가며 각박한 이 세상이 아름다워질 수 있도록 희망의 숨결을 불어 넣었다.
이 동시집에는 가난하고, 공부를 못하고,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 주인공들은 힘들고 분하고 섭섭한 마음을 그대로 부둥켜안고만 있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식구들이 함께 있어 ‘오늘도 맑음’이라고 하고, 혼자 있더라도 바람과 새와 풀벌레가 있어 ‘혼자가 아니다’라고 한다. 분한 마음을 공책에 한가득 적는가 하면, 화가 치밀 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마음을 달래 본다. 때로는 공부만 하지 말고 밖에 나가 신나게 놀라고 잔소리하는 어른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한다.
서정홍 시인은 아이들마다 겪고 있는 성장통을 따뜻하게 위로하고,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준다. 이 동시집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의 마음이 살길을 열어 주고자 한다. 시를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자기 마음을 둘 데 없어, 사이버 세상과 온갖 현란한 상품에 마음을 쏟고 있는 아이들이 턱 막힌 숨을 틔우고 마음을 돌보는 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