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천천히 알려주세요.
이왕이면 좋은 소식으로.
길고 고단했던 하루를 마치면 누구든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옵니다. 온몸 가득 승객들을 싣고 나르느라 잔뜩 화가 난 버스와 지하철, 그 안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부대끼는 사람들. 탈출하듯이 빠져나오고 나면 집까지는 아직 저만치 더 가야 하는데도 진이 빠져버립니다. 주황색 가로등을 버팀목 삼아 터덜터덜 걸어서 간신히 집에 도착합니다.
하지만 그러고도 아직 걸어야 할 밤길은 끝나지 않습니다. 따끈한 물로 하루를 씻어내고 싶지만 오늘의 외로움과 후회 같은 것들은 내게 꼭 붙어서 떨어지질 않기 때문입니다. 자리에 누우면 오늘따라 더 넓은 침대 위로 더 먼 길이 펼쳐집니다. 이 생각, 저 생각 끄집어내어 길동무 삼아 또 걷다 보면 뜬눈으로 밤을 새기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