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긴 삶의 서사와 시대의 풍경을 음미하다
인류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탐구는 그 자체로 ‘인문학(人文學)’이다. 인류의 삶은 곧 먹는 일의 연속이다. 음식에는 한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정서와 가치관 그리고 생활습관이 녹아 있다. 음식은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자, 삶의 쾌락이며, 인류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문명을 담고 있다. 이 책은 가장 가까운 일상의 음식에서 출발해 인문학 전반을 종횡무진 오가며 ‘지식 만찬’을 차린다. 음식 혹은 재료가 언제부터 어떤 유래로 식탁에 오게 되었는지, 음식에 담긴 시대의 풍경은 어떠했는지, 음식이 우리 몸과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식탁 안팎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한다.
카스텔라의 달콤함에는 대항해시대의 들끓는 욕망과 일본에서의 천주교 전래와 박해의 역사가 스며있다. 일본이 어떻게 근대화에 성공했는지 알고 싶다면 돈가스 한 접시를 맛있게 비우면 된다. 포테이토 샌드위치와 보랏빛 가지에는 왜 인간만이 ‘요리’하고 ‘맛’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다. 첫사랑이 오랫동안 기억을 떠도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찹쌀 주먹밥을 한 입 베어 물면 된다.
카레라이스를 이야기하면서 향신료와 제국주의의 탄생, 노예제 폐지, 인도인 디아스포라, 일본 해군의 각기병 치료제까지 종횡무진 누빌 수 있는 동력은 저자만의 독특한 미식 경험이다. 저자 모리시타 노리코는 20대부터 르포작가로 세상을 누벼왔다. 낯선 곳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그녀만의 방법은 현지 음식을 먹는 것이다. 음식에는 그 사회의 정신적 지향과 상징체계, 생활습관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세계 여러 곳에서 쌓은 미식 경험은 세계화되어 있는 오늘날 식탁을 설명할 때 빛을 발한다.
그녀의 글은 읽으면 입안에 침이 고이고 배가 고파진다고 해서, ‘한밤중에 읽으면 위험한 글’, ‘공복에 읽으면 안 되는 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촘촘하게 묘사된 이 책의 맛 표현은 침샘을 자극한다. 그녀는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음식이 만들어지는 시시콜콜한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 주변 환경까지 세밀하고 위트 있게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