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시사사』로 등단한 서연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라그랑주 포인트』가 출간되었다. “나, 이면서/ 나 아닌/ 나는 어디에 있었는지”라는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는 거대한 공동空洞 공간을 찾아서 유영하고 있다. 이는 시집 전체에 심어져 있는 ‘빈집’이라는 이미지로 나타난다. “벗어나지 못하는 경계를 가진/ 나도 빈집”(「보이드 스페이스」), “유폐된 빈집/ 내가 찾아야 할, 끝끝내 내가 찾아가야 할”(「포트레이트」), “달그락거림을 잊은 문고리처럼 나도 한참 저무는 빈집”(「당신이 죽었다」) 등이 바로 그것인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시인이 빈집을 단순히 물리적인 빈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속의 내재한 공간으로 동일시하여 본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것을 無이지만 죽음, 멈춤으로서의 無가 아닌, 진행 중인, 생성 중인 無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빈집’이라는 구도를 통해서 우리의 일상생활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고, 이것은 소외된 이들을 비어 있는 몸으로 감각하는 일이다. 따라서 그의 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묵시록적 시선은 결코 멈춤의 시간을 향해 달려가지 않는다. 모든 것이 범람하고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현대의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백 년이 넘도록 창덕궁은 빈집”(「보이드 스페이스」)을 발견한 시인은 그곳에 소외된, 그리고 우리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생명”을 데려오려고 한다. 다시 말해 ‘빈집’은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내면”(「세잔의 사과」)이며 시인 자신과 모든 타자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