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와 패러디로 엮은 인생의 희로애락, 그 아이러니!
『행콕팍보호소 살인 사건』은 스무 살 언저리에 미국으로 떠나 이제는 중년을 넘어선 작가의 면밀한 관찰력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만들어 낸 다섯 편의 다채로운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30년 넘게 미국 이민 생활을 해 왔으니, 작가가 그려 내는 이야기는 대부분 미국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인간이 사는 모습, 특히 한국인이 사는 모습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참 많이 닮았다. 타인의 시선에서 도무지 자유롭지 못하고, ‘영어’에 지나치게 몰입하며, 서양인에게 열등감을 느낀다. 그러나 또한 한국 사람이나 미국 사람이나 제아무리 가족 제일주의를 외쳐도 적절한 지혜와 인내 없이는 원만한 가족관계를 이룰 수 없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활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편리해졌지만 사람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치는 질병을 막을 방도는 없다.
결국 인간이 살며 부딪치는 문제들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희로애락. 작가 이준혁은 이런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청년의 상상력과 장년의 통찰로 잘 버무려 놓았다. 주제는 가볍지 않지만, 이야기는 경쾌하다.
한 이민자가 보여 주는 한국인, 가족 그리고 세상 읽기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온 저자는 혼자 놀기의 진수를 세상에 보여 줄 생각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취미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며 주위로부터 끊임없는 눈총을 받고 습작의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소설 쓰기를 그칠 수 없었던 것은 이민생활을 하다 보니 자신만의 내적 치유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아무리 한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도 미국에서 타인종들이 한국인을 바라보는 호감도 랭킹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FIFA 랭킹 정도이고, 백인과 흑인 사이에서 샌드위치 차별을 겪고 살아가는 설움을 피할 수 없기에, 그러나 어쩌면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민생활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저자 이준혁은 초연히 이야기로 인생을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이민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