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각국의 기업과 기업가들이 초기의 번영과 성공에 이어 겪는 참담한 대립과 갈등, 좌절당하는 현실을 디스토피아로 정의하고 다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디스토피아는 파산과 실패, 빈곤과 불평등,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위기와 갈등을 모두 포함한다. 저자들은 유토피아를 생산하는 기업가의 능력이 때로 디스토피아로의 추락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서양 각국의 사례에서 나타난 디스토피아의 특정한 측면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 사례들은 기업들이 초기 성장을 이루고 난 후 맞이한 특정한 위기들과 모순들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위기와 모순들에는 노동 운동의 분출과 혁명적 위기의 도래(미국, 영국, 러시아), 정치권력과의 위험한 타협과 갈등(독일),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파산의 위협(영국), 기업가가 지닌 역량의 위기와 기업 가문의 몰락(이탈리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사례들을 통해 디스토피아로의 추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나아가 종래의 기업사 연구가 주로 기업의 구조나 경영의 측면에만 치중하는 데 비해, 이 책은 사회사나 문화사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사 연구들과 차별되는 특징을 지닌다.
국내에서 기업사에 대한 연구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지만 이미 서양 학계에서는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현대 역사학의 새로운 장르다. 20세기 자본주의 세계에서 기업이 단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도이다. 이런 관점에서 서양의 기업과 기업가를 역사학의 관점에서 연구한 이 책은 큰 의의를 지닌다. 나아가 역사 속에서 인간 개인의 주관적 모습과 정신을 다루는 인문학으로서의 역사학이 경제 경영학, 사회학, 심리학, 공학 등 비역사학 분야와 소통하고 발전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