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북해의 별』이라는 장편 서사로 혜성처럼 데뷔했다. 7편의 장편, 1편의 중편, 11편의 단편 작품이 전부지만, 한국 만화사에서 꼭 기억해야 할 작가다. 삶에 대한 치열한 고민, 사랑, 사회의 변혁, 그 속에서 잃어버리는 것들, 결국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그는 독백 문장의 감수성이 탁월한 작가다. 언젠가 지금까지 담금질해 온 문장들만 따로 모을 수 있는 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김혜린은 가상 국가의 혁명기를 다룬 데뷔작 『북해의 별』(1983)로 독자들의 시선과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이후 중국 대륙의 원명 교체기를 그린 『비천무』(1988), 프랑스혁명을 그린 『테르미도르』(1988), 가상 국가의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는 혼란기를 그린 『불의 검』(1992), 일제 강점기 시대를 그린 『광야』(1998, 미완), 여말선초를 다룬 『인월』(2009, 미완) 등 사회적, 역사적 격동기에 놓인 인간을 그려 순정만화의 새로운 흐름을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