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면이 복잡해 보인다고 해서 공간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고, 도면이 단순해 보인다고 해서 공간도 단순할 거라 착각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가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 중요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 중요한 부분을 도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놓았는지, 디자이너의 마음으로 도면 안에 숨어있는 행간을 읽어내면 그 때 비로소 도면 위에 떠오르는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도면은 공간을 읽어내기 위한 정교한 도구이자 치밀한 언어이다. 그 치밀한 언어에 대한 정성과 집요함은 도면 작성자의 책임이며, 정확히 읽어내고 적용해야 하는 장인정신은 시공자의 의무이다. 이 둘이 절름발이처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공간은 오역된 책처럼 잘못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혹여 그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빈틈은 설계자와 시공자가 채워야 할 공감능력이다. 짧은 분량의 책이라 내용과 범위가 다소 제한적이고 기본에 머물러있긴 하지만, 이 책이 도면이라는 방대한 관악기의 리드 역할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무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데 이 책의 목적이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검증된 지식들만 기술하기보다 다소 표준과 동떨어지더라도 사이사이 현실의 상황을 언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까지 언급할 것인가에 대한 경계를 정하기 쉽지 않아 쓰는 내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도면설명을 하는 과정 내내 ‘왜?’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기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도면을 왜 이렇게 그리고 표현하자고 약속했는지에 대한 궁금함도 없이 ‘그저 이렇게 정해놓았으니 따라 그리고 읽으시오’ 라는 방식이라면 굳이 제가 더 이상 거들 필요도 없을 만큼 관련 서적들이 많습니다. 이 책이 기획에서부터 실시설계까지 실내건축 실무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 가이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자 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