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문명텍스트총서의 서른네 번째 도서인 ?『식민지 지식인의 근대 초극론』은 ‘친일’과 ‘전향’에 대한 지나친 윤리적 접근에서 벗어나 전시기 조선의 언설 상황의 실상과 맥락을 복원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2002년부터 현재까지 토의를 이어온 ‘식민지/근대초극’ 연구회의 공동연구 성과물이다.
‘식민지/근대초극’ 연구회는 김명식, 박치우, 서인식, 인정식 등의 동아협동체론을 일본 지식인의 동아협동체론과 나란히 놓고 동시대의 연관된 담론으로서 독해할 목적으로 발족되었다. 중일전쟁기 일본 지식인들이 주창한 동아협동체론은 중국과 일본의 내셔널리즘을 넘어 트랜스내셔널한 사회 변혁과 동아시아 재편을 지향하는 전시변혁 담론으로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일정한 비판을 담고 있다. 일본의 일방적인 침략을 억제하고 동아시아의 다문화적인 공생을 이야기하려는 제국주의 비판과 신식민주의가 혼재된 양가적인 담론이다.
동시대 조선 지식인들은 이러한 동아협동체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독자적인 담론을 전개한다. 이것은 전시하에 강화된 ‘내선일체’ 구호에 의한 황민화의 압력에 저항하면서 다문화적인 동아협동체를 향한 재편 속에서 조선의 자립성을 지키고 일본의 파시즘을 비판하려는 시도와 연동된다. 일본 제국주의에서 해방을 지향하는 민족 운동이 가혹한 탄압으로 좌절된 가운데 ‘전향’ 담론의 형태를 띠면서 사회 변혁의 가능성을 모색한 위험한 전략이기도 하다.
‘대일협력’과 저항의 틈새에서 활로를 열고자 하는 아슬아슬한 노선으로서 ‘친일’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담론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몇 겹으로 착종된 담론을 헤쳐 들어가는 독해가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조선 지식인의 사상과 현실 인식을 보여주는 언설들을 “동아협동체론, 내선일체론, 통제경제론, 세계사의 철학” 등 4부로 구성하여 각 텍스트에 주석을 달고 해제를 붙여 소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