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인 듯 일상인 듯 그 어디쯤에서
맹씨 가족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는 원래 이름조차 낯선 곳이었지만 한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우리에게 조금은 익숙한 나라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로아티아는 직항도 거의 없어 최소 1회의 경유로 장장 13시간을, 왕복으로는 거의 하루를 비행해야 닿을 수 있는 나라이다. 일본이나 중국과 같이 마음만 먹으면 주말을 껴서 후딱 다녀올 수 없는 곳이기에 큰마음을 먹어야만 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이런 크로아티아에 짐 싸 들고 가서 1년을 살다 온 가족이 있다. ‘1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여행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모호하고 또 그렇다고 이민을 갔다고 하기에도 참 애매하다. 짦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기에 맹씨 가족은 여행인 듯 일상인 듯 그 어디쯤에서 크로아티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고 왔다.
휴가에 인색한 한국사회에서 여행은 한정된 시간 안에 이곳저곳을 어느 곳 하나 빠뜨리지 않고 서둘러 다녀와야 하는 ‘숙제’ 혹은 ‘의무’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어느 한 나라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여행은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막연한 낭만이기도 하다. 맹씨 가족은 1년의 시간을 통해 이러한 낭만을 실현했다.
어느 관광명소를 들러야 하고 숙소는 어디로 정해야 할지와 같은 빡빡한 여행자로서의 의무는 살짝 덜어 버린 채, 일기를 쓰고 생각 없이 자그레브 거리를 걷고 그림을 그리며 크로아티아에서의 일상을 마음에 담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