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현대시』로 등단했으며, 현재 『현대시』의 편집장인 시인 김안의 첫 시집.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뛰어넘은 이 시집에는 바깥 세계의 속도에서 완전히 독립하여 시세계를 구축해온 그의 독보적 행보가 잘 그려져 있다. 언어라는 질료에의 유례없는 천착(穿鑿)을 통해, 문단의 시 흐름으로부터 고집스럽게 고립함을 통해 빚어낸 작품집이다.
김안에게 시는, 그리고 언어는 영원한 궁구(窮究)의 소실점이며 세계이며 애인이다. 애인은 애인이되 둘 사이의 사랑은 이미 위험한 단계다. 사랑을 넘어 죽음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시인은 “아내 같은 애인과 파경 직전”의 상황, “그날 밤 애인의 표정이 벌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하고 말하면서, 이 돌이킬 수 없음을 곱씹어본다. 그리고 시인은 애인을 죽여버렸다. 시집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파아란 파란” 이미지를 통해 식다 못해 차가워진 체온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