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적인 메시지와 냉소적인 시선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었던 최금진 시인의 두번째 시집. 첫시집 『새들의 역사』로 제1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의 궁핍한 삶의 모습을 특유의 상상력과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황금’의 논리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연명하다 끝내는 절망하거나 죽음을 맞는 이들의 남루한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지만 그러한 구차함은 시인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시인이 담아내는 ‘더러운 바닥’의 풍경은 동시에 어떤 처절한 ‘아름다움’을 풍긴다. 이 ‘황금의 세상’을 넘어서려는 의지적 풍모 따위가 시집 내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음에도, 그의 시 안에서 현실의 고통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암울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역설적으로,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저 고통의 현실이 실은 그 삶과 싸우는 이로서의 실존을 더욱 두텁게 하고야 마는 반작용과 마주하게 된다. 사소한 일상에서 현실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섬세하고 사유 깊은 시선이 공감의 폭을 넓히며 울림을 자아내는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