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첫 장편소설 『괴력들』을 발표한 이후 2011년 『사랑, 그 녀석』까지, 쉼 없이 장·단편소설 작품들을 내놓으며 왕성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가, 한차현. 2003년 1월 처음 출간된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을 8년여 만에 새로이 펴냈다. 복간을 기해 고심해서 문장을 다듬고 가필 수정한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며 스스로 ‘내 문학의 원형’이라 밝혔다. 그만큼 『영광전당포 살인사건』은 한차현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독거노인의 죽음과 그 집에 파출부로 드나들던 여인 그리고 무위도식하는 나. 추리소설인가 싶다가 치정극인가 싶다가 조금 더 읽다보면 고문기술자가 등장하고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결코 쉽지 않았을 이 이질적인 요소들은, 많은 평자들로부터 '발랄하다'는 평을 받을 만큼 뛰어난 작가의 솜씨덕에 무난히 조합된다. 전두환이 없었다면, 히틀러가 없었다면 무고한 학살은 없었을까? 혹시 그 인간들은 어디선가 똑같은 모습으로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아닐까?(세상은 돌고 도는데, 인걸은 가고 없는데,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사회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보는 듯한 섬찟함과 상실감(내지는 허탈감), 『죄와 벌』의 주인공이 된 양, 까닭없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이,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내 옆자리의 이 사람은 누구인가 궁금해진다. "삶과 죽음, 존재와 기억, 폭력과 권력의 한복판을 상쾌하게 가로지르는 슬프고도 괴상한 살인사건 이야기"라는 말은 이 소설에 대한 가장 적확한 평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