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연구하는 심리학이 크게 성장하고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인간의 불행과 그로 인해 영향을 받은 인간의 삶을 재건하는 역사가 존재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후, 한국심리학회 산하 모든 분과학회가 “한국심리학회”의 이름으로 공동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980여 명에 이르는 회원이 심리지원에 참여하기를 희망했다. 그 해 한국심리학회 총회에서 재난심리위원회가 상설 위원회로 자리매김하면서 심리학자들이 좀 더 체계적으로 재난에 개입하고 연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유구한 재난의 역사에 비해, 재난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역사는 너무도 짧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재난심리학에 대한 사회적 요구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재난심리학은 심리학 내에서도 미개척된 분야라 할 수 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심리지원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메르스 사태나 경주와 포항의 지진 등, 또 다른 재난을 잇따라 경험하면서 전통적인 심리학 교육과 훈련만으로 다양한 재난을 이해하고 재난 경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난정신건강: 이론과 실제"는 재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재난 개입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안내서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여 번역에 이르게 되었다. 번역서라도 충실하게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소임이라고 여기면서도 국내 재난 개입과 관련된 정보가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부록 F: 재난심리지원을 위한 국내 자원 목록을 추가하였다.
이 책은 주로 미국 사회의 재난 대응과 개입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물론, 사회문화적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재난 개입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혼란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안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심리학자로서 우리는 재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깊이 연구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이 책을 마중물 삼아, 언젠가 한국 사회의 재난 개입과 연구를 아우르는 재난정신건강 안내서가 출간될 날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