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헛된 슬픔』은 ‘뜨거운 불꽃에 쩍쩍 벌어지는 조개’처럼 삶의 내밀한 속살들을 하나씩 드러낸다. 그 틈새 안에 숨 쉬고 있는 속살은 비린내를 풍기며 살아 꿈틀댄다. 어느 순간 매립된 생살은 구획된 도시와 콘크리트 구조물, 그 사이에서 자란 공포와 우울증에 병들어 있다. 시인이 세계의 이면을 파헤치는 족족 너무나 충격적인 현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또한 그 현실은 너무나 일상적이고 평이해서 더욱 공포스럽기만 하다. 그럼에도 시인은 고집스럽게 세계의 어두운 이면을 끝끝내 펼쳐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건축현장 기사이기도 한 박순호 시인은 펄펄 끓는 더운 속살을 드러내기 위해, 불꽃과 같은 시어로 틈을 벌리며, 자꾸만 부수고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