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품 소개
『너의 기억을 남겨둔 건 그래야 이 세상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야. 에모,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란다.』
전쟁은 승리하였으나 밀 농사는 폭망이라! 용사와의 싸움에서 진 마왕이 죽기 직전 뿌린 저주로 대기근이 든 리폴카 제국. 나 에우데모니아 플레누스는 대륙의 식문화 발전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전생의 지식을 간직한 채 이 땅에 태어났다!
사람들은 먹을 게 없어 굶어 죽으면서도 감자도, 고구마도, 토마토도 먹지 않는데……. 꼬마 영주님의 대륙판 ‘삼시 세끼’ 프로젝트!
“아기씨는 식복을 가지고 태어나셨습니다. 저의 힘이 강하지 않아 환영을 오래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생전 본 적 없는 수많은 음식들이 아기씨의 미래에 존재했습니다. 평생 굶지 않고 맛있는 걸 잔뜩 먹으며 사실 겁니다.”
정신만 전생의 성인이면 뭐하나, 몸은 아기인데.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아웅, 큰일이다!
2. 미리 보기
“도착이다! 내리자.”
부모님의 말을 들으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금방 신전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신이 많다. 주신도 있고 주신의 자식인 여러 신들이 수십 명이나 있다. 주신은 공통으로 섬기고 각 영지의 특성에 따라 모시는 몇몇 신의 신전을 둔다. 이것도 인구에 비례해서 큰 영지에는 신전이 많고 작은 영지에는 신전이 몇 개 없다.
우리 영지에 있는 신전은 세 개. 모든 영지에 다 있는 주신의 신전, 대지의 여신 샤키리를 모시는 신전. 그리고 바다의 신 도아의 신전이다. 성에서 가장 가까운 건 대지의 여신을 모시는 신전이므로 나는 샤키리 여신의 축복을 받을 예정이다.
아, 다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바다의 신 도아의 신전은 항구에 있다. 엄마는 그곳에서 축복을 받았지. 어린 아기가 먼 거리를 이동하긴 힘들기 때문에 보통 축복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전에서 받는다.
“어서 오십시오, 플레누스 자작님.”
“저희가 늦지 않았습니까?”
“정확하게 도착하셨습니다. 아이쿠, 포동포동 건강한 아기씨군요. 여신께서 좋아하시겠습니다.”
“열 한번 나지 않고 무척 튼튼해요. 다행이죠.”
“이쪽으로 오십시오.”
하얀 돌로 만들어진 신전은 규모가 작지만 벽에 새겨진 정교한 세공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대지의 여신을 모시기 때문에 신관들이 하는 일은 주로 토지에 축복을 내리거나 더 많은 밀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를 하는 거란다. 신전 소유의 토지에 직접 농사도 짓는다고 했다.
“자, 여기에 아기씨를 눕히면 됩니다.”
신전 안에 여신상이 있는 제단 앞에서 축복은 이루어졌다. 편안한 느낌에 내가 눈을 감자 이윽고 신관과 부모님 모두 조용히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따스한 온기가 내 몸을 감싼 후 스르르 연기처럼 사라졌다.
“샤키리 여신의 이름으로 생명을 축복합니다, 플레누스 자작님. 여신께서 저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아기씨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복 중 하나가 남들보다 많다 하시는군요.”
“복이 많다고요?”
“네. 모든 복이 많은 게 아니라 그중 하나입니다만, 아주 좋은 것입니다.”
“그게 뭡니까?”
“식복입니다. 아기씨는 식복을 가지고 태어나셨습니다. 저의 힘이 강하지 않아 환영을 오래 보지 못하였습니다만 생전 본 적 없는 수많은 음식들이 아기씨의 미래에 존재했습니다. 평생 굶지 않고 맛있는 걸 잔뜩 먹으며 사실 겁니다.”
그러자 부모님의 표정은 환하게 피었다. 어, 그래도 우리 집이 귀족인데. 식복보다는 재복이나 권력이 많은 게 더 좋지 않은가요? 끙,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단 먹을 복이라도 있는 게 낫긴 하네.
게다가 부모님이 돈이나 권력욕심이 있었다면 영지가 이렇게 평화롭지 못했을 거다.
“식복이라니, 정말 잘되었네.”
“에모가 태어나서 올해 우리 영지 농사가 풍년이 들지도 모르겠구나.”
“물고기도 더 많이 잡힐까요? 여보.”
“그럼 좋지요. 부인, 우리 에모가 고기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게 송아지가 잔뜩 태어나면 기쁘겠는데.”
하하하, 호호호호. 부모님의 웃음소리가 신전을 가득 메웠다. 제단 앞 요람에 누워 있던 나는 손을 서너 번 죔죔 하면서 눈을 깜박였다.
내 이름은 에우데모니아 플레누스. 식복을 가진 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