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배트맨의 고전 『킬링 조크』
앨런 무어가 해석한 조커의 기원
1980년대 후반, 앞으로의 그래픽 노블 역사를 송두리째 뒤흔들 두 작품이 연이어 출간된다. 1986년 프랭크 밀러가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로 이전까지 그저 단면적이던 슈퍼 히어로의 내면을 다층적으로 파고들었고, 1987년 앨런 무어는 『왓치맨』 을 통해 슈퍼 히어로의 존재 의의 자체에 근원적인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1988년 『왓치맨』 의 작가 앨런 무어는, 프랭크 밀러가 배트맨에게 그랬던 것처럼, 숙적 조커의 머릿속을 집요하게 파헤쳐 또 다른 마스터피스를 남겼다.
『배트맨: 킬링 조크』 는 46페이지에 불과한 매우 짧은 단편이다. 그 안에서 앨런 무어는 군더더기를 쏙 빼고 조커의 내면에만 오롯이 집중하여 이야기의 응축도를 한없이 높였다. ‘운수 나쁜 하루.’ 조커에 따르면 정상인과 정신병자를 가르는 건 운수 나쁜 하루가 전부다. 그리고 조커가 겪은 정말로 운수 나빴던 그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쩌면 그가 이런 극단적인 미치광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은 한 인간의 처절한 광기 앞에서 배트맨은 과연 숭고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의 경계가 실낱같이 가늘어지는 결말부에 이르면, 그 판단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