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애는 정글의 왕, 하지만 가엾은 왕이야.’
열한 살 소년 소녀의 가장 달콤하고도 잔혹한 하루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원작자
트레이시 슈발리에가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1974년 워싱턴 교외의 한 초등학교. 백인 아이들로 가득했던 이곳에 검은 피부를 가진 소년이 전학을 온다. 가나 외교관의 아들인 그의 이름은 오세이 코코테. 교내 최고의 인기 여학생 ‘디’는 흑표범처럼 강렬하고 아름다운 ‘오’의 외모와 꾸밈없는 태도에 마음을 빼앗긴다. ‘오’는 이방인인 자신에게 선뜻 손 내밀어 준 ‘디’와 아슬아슬 묘한 감정을 나누면서, 낯선 교실과 새 친구들 속으로 조금씩 파고들어 간다. 한편 힘으로 아이들을 지배하며 운동장의 왕으로 군림해 온 ‘이언’은 불과 반나절 만에 자기 자리를 위협하는 ‘오’를 보면서, 이 흑인 소년과 금발 소녀의 우정을 파괴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 순간, 모두의 하루는 궤도를 벗어나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오늘날 가장 사랑받는 작가들이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현대 소설로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 「호가스 셰익스피어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자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의 원작자 트레이시 슈발리에이다.
그녀가 선택한 작품은 셰익스피어 전성기의 대표작인 『오셀로Othello』(1603년~1604년 집필 완성, 1604년 초연). 『햄릿』『맥베스』『리어왕』과 함께 ‘4대 비극’으로 꼽히는 『오셀로』는 사랑과 질투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을 더없이 선명하고 강렬하게 그려내,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언어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걸작이다. 동시에 ‘베니스의 무어인, 오셀로의 비극The Tragedy of Othello, the Moor of Venice’이라는 정식 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오셀로』는 낯선 존재, 즉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30년 넘게 영국에서 미국인으로 살며, 종종 외부인을 향한 불편한 시선을 경험했던 슈발리에는 오셀로의 비극이 그가 남들과 다른 피부색을 가진 ‘흑인’인 데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자신만의 『오셀로』-『뉴 보이New Boy』를 썼다. “『오셀로』를 선택한 것은 그것이 이방인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된 후 줄곧 영국에서 살아온 나 역시 이방인이죠. 비록 오셀로만큼 심한 차별을 겪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자신들과 다른 이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글로브 앤드 메일》2017년 6월 2일 자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