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면 읽으면서 어떻게 리뷰를 써야 하는지 팍 나오는 책이 있고, 리뷰 자체가 쓰고 싶지 않은 책이 있고, 이 책처럼 리뷰로 어떻게 담아야 할 지 알 수 없는 책이 있다. 부정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 책과 같이 정리하기에 담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고, 감히 내가 이렇게 저렇다 이야기 하기에는 그냥, 정말 말 그대로 그냥 너무 좋아서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고민이 되고, 구상을 하다 리뷰가 이렇게나 늦어지게 되었다. 글 쓰기 전에 이미 내가 사랑하는 책의 목록에 넣어 놓기 까지 했다. 주변에 추천하고, 빌려주고, 선물하기도 했다.

이 책은 엄마의 말에 대한 책이다. 그래, ‘엄마’가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주고자 하는 책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엄마로서의 말하기 연습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말하기 연습을 이야기 하는 것 같았다. 대상은 아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이만큼 섬세한 사람도 많고, 아이에게 대하는 이해심과 배려심 있는 마음으로 관계를 유지한다면 모든 관계에 도움이 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엄마가 된 사람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기 보다는, 자신과의 관계를 친밀하고, 따뜻하게 유지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상대가 아이가 아니라면 오히려 이 책이 더 유용할 수도. 어쨌든 대화가 아이보다는 수월하지 않을까?

그럼 본격적으로 이 책의 장점을 이야기 해보겠다. 먼저, 엄청 따뜻하다. 너무 따뜻한 책이다. 어쩌면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상담가? 혹은 심리치료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저자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차갑게 “나무 그려보세요.”하는 심리치료사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라, 두 귀와 마음을 온전히 열고 상대를 대하는 따뜻한 상담가 같은 말투가 잔뜩 묻어 있는 내용이다. 읽는 내도록 그 어떤 책보다도, 심지어 육아가 힘드니 달래주는 책보다도 더 위안이 되는 따뜻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번째는 굉장히 친절한 책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색으로 강조를 해주셨다. 특히 하이라이트는 ‘공감톡’ 부분이다. 여기서는 그 장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하나로 싹 정리하며 그를 위한 실천 방법이 제시되어 있다. 이 부분만 반복해서 읽어도 말하기 연습이 저절로 될 듯 하다. 실천해야 하는 내용이고 읽을 때마다 각각의 상황이 바뀌었을 테니, 그에 따라 실천해야 하는 생각과 생각이 바뀔 것이다. 다음은 예시와 정리가 절묘하게 잘 왔다 갔다 한다. 예시도 하나 하나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일들이고, 어느 상황에 대입해도 많이들 공감할 수 있을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전개와 정리 방식이 무척이나 매끄러워서 읽기가 편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저자의 실수와 과거들이 들어가 있다. 일반적인 육아서는 내가 이런 걸 잘 해서 우리 애가 뛰어납니다, 아님 잘 됐습니다, 효과 봤습니다 식의 책들이 많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자신의 실수, 치부를 훅훅 드러낸다. 갑자기 훅훅 치고 들어온다. 깜짝 깜짝 놀라게 만들면서, 그녀의 인생으로부터 우리가 잘 배우고,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란다. 게다가 본인이 잘못한 점을 회복하기 위해, 관계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 해주니 더 와 닿았다.

말은 생각의 근간이 된다. 이 책의 전체적인 기본 바탕은 생각 자체를 인지하고 중요한 부분으로 시선을 옮기게 하는 것이다.

-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자동적인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달라서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아이 앞에서 자기가 할 행동이나 말을 정돈하지 않고 떠오르는 대로, 기분대로 한다면 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p. 28)

순간 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말로 전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엄마의 기분이나 상황을 애는 당연히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이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 아닌가. 타인은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나를 정확히 이해해주고 그를 바탕으로 동일한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난 가끔 그런 사람들을 척수에서 바로 나오는 말하기라고 부른다.) 뇌를 거치지 않고 입이 그저 움직이는 대로 말을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본인도 모르는 게 비수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 어떤 화는 화가 아니라 걱정의 다른 이름입니다. (중략) 화라는 보따리는 펼쳐보면 그 안에서 정확하고 세밀한 감정들이 있습니다. (중략) 그 감정을 잘 보살피며 세밀하게 바라보고, 무엇 때문에 자신의 바람이 좌절됐는지 이해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p. 56)

특히 ‘화’라는 감정을 마주하게 될 때는 더 하다. 순간적으로 화에 휘둘리는 내 이성은 더이상 내 것이 아니니, 그저 나오는 대로 말하게 만드는 큰 요소 중에 하나이다. 화가 안 날 수는 없다. 내가 원하는 바와 맞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는 순간 부정적인 감정이 튀어나오게 되어 있고, 그 중 큰 것이 화가 된다. 그러니 이 화를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 화가 날 때 : “내가 원하는 게 잘 되지 않아서 불편하구나.”

미안해 질 때 : “내가 우리에게 더 잘해주고 싶구나.” (p. 63)

공감톡에 나온 부분이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 저 말을 떠올리려고 외우고, 자주 떠올리고 있다. 연습하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는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저자도 우리가 평소에 말하기 연습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자기 고집이 생기면 엄마의 빡침도 함께 무럭 무럭 자라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소리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참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주 연습해둬야 한다. 하지만 명심할 것은 그런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니, 무조건 억누르고 외면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랬다간 언젠간 터질 활화산이 될 지도 모른다.

- 의식적인 속대화 연습

결국 자신이 사건을 속으로 어떻게 해석하고 인식하는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 때 무심코 튀어나오는 말에 따라 서로의 관계가 결정됩니다. (p. 70)

이 책에서 가장 신선한 내용은 속대화 연습이었다. 자신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스스로 해석하고, 인식하려는 노력이다. 책에서 아주 상세히 어떻게 연습할지 이야기 해놓았으므로 책을 직접 읽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하다.

- 아이를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유지하면 마음이 건강한 어른이 됩니다. (p. 107)
- 생각해보면 아침에 나갔던 아이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삶의 기적입니다. (p. 112)
- 중요한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양육하고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는가가 아이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입니다. (p. 274)

양육에 있어서 명심할 세 문장이었다. 이 세가지 문장이 가장 명료하게 전달해주는 것 같다. 대부분의 육아서가 이야기 하는 아이를 잘 관찰하고 그에 맞게 아이를 잘 헤아리는 것의 기본이 되어 주는 문장들이다. 우리가 존중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는 데, 아이가 삐뚤어질 리가 없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같이 아침에 웃으며 나간 아이를 다시 못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을 것이다. 항상 명심할 것은 어떠한 다른 사람과의 비교도 없이 자신의 상황을 잘 파악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양육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 살아내기 위해 애쓰셨습니다. (p. 51)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살아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고,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

그리고 사랑하자,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우리는 이 아이를 사랑해주기 위해 낳았음을 잊지 말자.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한빛라이프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