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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치약 거울크림
글쓴이
김혜순 저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11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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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혜순

대상을 주관적으로 비틀어 만든 기괴한 이미지들과 속도감 있는 언어 감각으로 자신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온 김혜순이 시를 통해 끈질기게 말하는 것은 죽음에 둘러싸인 우리 삶의 뜻없음, 지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죽음은 생물학적 개체의 종말로서의 현상적,실재적 죽음이 아니라, 삶의 내면에 커다란 구멍으로 들어앉은 관념적,선험적 죽음이다. 그의 세 번째 시집 제목이 『어느 별의 지옥』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어느 별의 죽음』은 세계의 무목적성에 대한 오랜 응시로 삶에 예정되어 있는 불행을 눈치채버린 이의, 삶의 텅 빔과 헛됨, 견딜 수 없는 지옥의 느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비관주의적 상상력이 빚어낸 시집이다. 그의 시 세계는 일상적이고 자명한 것의 평화와 질서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의식을 난폭하게 찌르고 괴롭힌다. 김혜순 시인은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 최초로 수상하였다.

김혜순은 1955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초등 학교에 입학할 무렵 강원도 원주에 이사해 거기서 청소년기를 보낸 그는 원주여고를 거쳐 1973년 건국대학교 국문과에 들어가 시를 쓰기 시작한다. 그는 1978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처음 써 본 평론 「시와 회화의 미학적 교류」가 입선하고, 이어 1979년 「문학과 지성」에 「담배를 피우는 시인」,「도솔가」등의 시를 발표하며 정식으로 문단에 나온다. 대학 졸업 뒤 「평민사」와 「문장」의 편집부에서 일하던 그는 1993년 「김수영 시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그는 1998년 '김수영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낯설고 이색적이어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던 그의 시세계는 비로소 문단의 공인을 받는다. 2019년 캐나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그리핀 시 문학상(Griffin Poetry Prize)를 수상했다.

김혜순 시의 착지점은 '몸', 그것도 해탈이 불가능한 '여성의 몸'이다. 해탈이 불가능한 몸에서 출발한 그의 시적 상상력은 때때로 그로테스크한 식육적 상상력으로까지 뻗친다. 이런 점에서 김혜순의 시를 "블랙유머에 바탕을 둔 경쾌한 악마주의"의 시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그는 자기 시의 발생론적 근거를 '여성'과 '여성의 몸'에서 찾는다. 이에 대해 그는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라고 말한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들끓는 이미지의 연쇄와 파열, 특유의 속도감으로 전개되는 경쾌하고도 탄력적인 리듬감, 상상적 언술의 최극단으로 한국 현대시의 미학을 끊임없이 갱신해온 시인 김혜순의 열 번째 시집. 제16회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직전 시집 『당신의 첫』 이후 3년 만이다. 이번 시집은 검은 어둠으로 꽉 막힌 블랙홀, 혹은 부재를 중심에 둔 내 몸의 움직임과 그 움직임을 주재하는 텅 빈 ‘구멍’에 집중하면서 일 년여에 걸쳐 완성한 장시 「맨홀 인류」를 포함해, 총 4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 『슬픔치약 거울크림』은 전체가 하나의 ‘움직이는 미로’다. 유령의 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전쟁처럼, “외국어로 가득 찬 몸”처럼. 이 움직이고 있는 미로들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하게 숨을 쉬고 있다. 이 미로의 복도로 들어가면 묘연한 적막과 선연한 긴장의 정전기들이 가득한 주조음(主調音)이 숨 쉰다.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언어의 세계에 거주지를 마련해놓고 우리를 초대하는 시인의 세계, 파동이란 이름의 부재로 가득 찬 세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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