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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연의 바다 1권 (외전증보판)
글쓴이
이리리 저
출판사
가하
출판일
2018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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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이리리

좋아하는 것 - 해피 엔딩, 동족을 제외한 동물, 지오반니 갈리 초콜릿, 브뤼셀
싫어하는 것 - 새드 엔딩, 동물을 싫어하는 동족(인간만 살라고 만들어진 지구가 아닙니다), 서울의 바뀐 버스 노선(불가사의 수준, 땅 속 세상에 입문하는 계기가 됐다), 멍*부.

『현향기』, 『연의 바다』, 『광시곡』, 『마녀의 정원』, 『일월』, 『영원의 미로(공저)』를 출간했다.

책 소개

분야로맨스
1. 작품 소개

‘그래. 여기에 이상하게 떨어졌듯이 또 있다 보면 돌아갈 길을 찾을 수도 있겠지. 죽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까 한번 살아보자. 그리고 꼭 돌아가겠어.’

21세기에서 온 콤플렉스 투성이 연하.
고대 이집트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시 자신이 살던 21세기로 돌아가려는 그녀를 자신의 운명이라 부르며 사랑하는 두 남자.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자신을 구해주는 자상하고 따뜻한 이시도르. 그는 아내도 첩도 없는 완벽한 남자지만 그녀는 어째서인지 만날 때마다 부딪히고 싸우게 되는 제멋대로 불같이 화를 내고 오로지 자기만 아는 허수아비 파라오 토트모세를 외면할 수가 없다.
당연히 누려야 할 권력을 빼앗긴 토드모세,
그의 친우이자 그가 가장 믿는 그의 장군 이시도르.
권력의 투쟁에 휘말린 이세계의 여인 연하의 운명에 얽힌 사랑이야기.

“운명이 항상 다정한 얼굴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부디 눈에 보이는 겉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을 보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만날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이니 머리가 아니라 마음이 가는 대로 하십시오.”

2. 미리 보기

『사티아를 잡아왔습니다.』
『수고했다.』
『스네피루 신관님!』
그녀를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신관이자 소우노우인 스네피루의 냉엄한 얼굴을 보자 소름이 오싹 돋았다.
외과 쪽에 특히 뛰어난 그는 파라오의 시나이 정벌 때 제제르가 발탁해 보냈던 소우노우였다. 파라오의 눈에 들어 승승장구 출세를 꿈꾸며 따라나섰지만 갑자기 돈 열병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말로 할 수 없는 모진 구박을 당해야 했다. 그런데다 그가 치료하지 못한 이시도르의 병을 연하가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해냈다는 사실에 자만심이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거기에서 그쳤다면 운이 좋았다고 치부하고 넘겨버릴 수도 있었을 터다. 하지만 연하가 제제르를 도우며 의술을 배우는 제자로 선택되자 그는 모욕감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앙심을 품은 그는 그날부터 그녀를 찍어낼 기회만 노려왔다.
그런데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린다고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는 그의 앞에 치료사인 마나가 찾아와 연하가 갖고 있는 스카라베에 대해 소곤거렸다. 마나는 노예 비슷한 처지로 신전에 굴러들어온 연하가 턱없이 귀한 물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고 도둑질을 했으리라 짐작해 알린 거였다.
마나가 묘사한 스카라베의 모양을 들은 순간 스네피루는 온몸에 전율이 스쳐가는 것을 느꼈다. 연하가 신전에 오기 전에 있던 곳은 바로 후궁. 틀림없이 후궁에서 훔쳐낸 것이라고 확신한 그는 제제르가 없는 틈을 노려 그녀를 끌고 온 것이었다.
모든 죄를 밝혀낸다면 아무리 이 여자를 싸고도는 제제르라도 어쩔 수 없으리라.
그런 계산 아래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마나가 가져온 스카라베를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올려 보였다.
『이것이 사티아의 침상에서 발견됐다.』
반수 정도는 그냥 스카라베구나 했지만 고위신관들과 소우노우들은 그 스카라베를 본 순간 경악의 빛을 감추지 못했다.
연하는 잃어버리지 않고 잘 챙겨둔다고 가방 안에 스카라베를 두고 나온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그러면서 저 스카라베 때문에 왜 저렇게들 놀라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저것 때문에 사달이 한번 날 것 같더니만…….’
스카라베를 찾아 몸에 지니고 다니기 시작한 날부터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그냥 버려버리지 저걸 무슨 보물단지라도 된다고 챙겨서 딸의 신세를 이렇게 더 고단하게 만드나. 세상에 없는 엄마까지 원망스러워졌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운데 스네피루는 경악하는 주변의 분위기를 즐기며 밀어붙였다.
『이것이 사티아의 물건이 맞느냐?』
『예, 신관님. 사티아가 신전에 왔을 때 갖고 있었던 것을 확실히 본 기억이 납니다.』
연하는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앙앙불락하는 마나의 입에서 냉큼 터져나오는 대꾸에 앞이 노래졌다.
‘대신관님도 없고 쿠푸도 없는데……. 오늘 정말 나를 잡겠다고 작정을 했구나.’

신전 한쪽에선 살벌한 심판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리 사냥에서 돌아오던 이시도르는 임호텝 신전이 보이는 길 앞에서 토드모세에게 작별을 고했다.
『전 잠깐 임호텝 신전에 들르겠습니다.』
『왜? 티이가 연회 준비를 해놓고 기다릴 텐데. 바빌로니아에서 진상된 기쁨을 주는 여인들을 포기할 만큼 몸이 안 좋은 거냐?』
『그게 아니라…….』
이시도르는 개와 고양이 사이인 토드모세에게 사티아의 이름을 입 밖에 내어도 될까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대답을 기다리는 토드모세를 무시할 수 없어 털어놨다.
『사티아에게 전해줄 것이 있어 잠깐 들르려고 합니다.』
역시나 바로 불퉁거리는 물음이 이어져 나왔다.
『사티아? 뭘 전해주려고 하는데?』
『글쓰기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필기구를 갖고 있지 않더군요. 저를 위해 고생한 보답 겸해서 서기들이 쓰는 필기구를 주문해둔 것이 도착했습니다.』
그제야 토드모세는 뒤를 따르는 하인의 손에 들린 잉크, 팔레트, 솔과 펜, 물병에 파피루스까지 다 갖춘 필기구 바구니를 발견했다.
『치료사 주제에 글까지 쓴다고?』
『예, 상당한 수준이더군요. 그리고 우리 문자뿐 아니라 그녀 나라에서 사용하는 글도 자유롭게 쓰는 것 같습니다.』
이시도르의 대꾸에 잠시 침묵하던 토드모세의 입에선 또다시 투덜거림이 새어나왔다.
『쓸데없는 일에만 관심이 많으니 그리 건방지지. 정작 기억해야 할 것들은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툴툴거리면서도 무슨 변덕이 났는지 그도 말머리를 돌렸다.
『모처럼 이 근처까지 왔으니 나도 제제르 대신관이나 보고 가야겠다.』
『대신관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조금만 수틀려도 성질을 벅벅 내고 정해진 일과를 홀랑 뒤집어엎어 번거롭게 만드는 토드모세를 반길 사람은 신전에 없을 거였다. 하지만 파라오가 하겠다는데 말릴 재간은 없는 법.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면서 이시도르는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들어선 신전의 분위기는 뭔가 묘했다. 평소 같으면 토드모세가 당도했다는 소식에 제제르 대신관을 비롯해서 모든 신관과 소우노우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련만. 신전 앞마당은 괴괴할 정도로 썰렁했다.
자신의 후견인이기도 한 제제르를 만나러 수없이 신전에 드나들었던 이시도르는 분위기가 심상찮음을 느끼고 옆을 지나는 치료사에게 불렀다.
『제제르 대신관은 어디에 계시느냐?』
『네페루레 왕비님의 병환으로 궁에 가셨습니다.』
『네페루레가? 또 몸이 많이 나빠졌다고 하느냐?』
남편이 되어 어떻게 왕비가 쓰러져 난리가 난 것도 모르나. 치료사는 한심하단 표정을 애써 감추며 아는 대로 대꾸했다.
『한동안 열이 심하셨지만 많이 나아지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만전을 기하기 위해 대신관님께서 오늘 밤은 궁에서 머무르고 내일 돌아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제제르가 옆에 있다면 괜찮겠지.』
남의 일 보듯 하는 인정머리 없는 토드모세의 반응에 이시도르도 한마디 하려다가 참고 치료사에게 물었다.
『그럼 사티아도 따라갔느냐?』
『사, 사티아요?』
사티아란 이름에 화들짝 놀라는 치료사를 보며 뭔가 심상찮은 것을 느낀 듯 이시도르가 추궁했다.
『무슨 일이냐? 사티아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냐?』
『저…… 그게…….』
『죽고 싶지 않거든 빨리 말해라. 내 칼은 참을성이 없다.』
더듬거리는 치료사에게 짜증이 난 듯 토드모세가 바로 자르며 들어왔다. 인내심 모자란 파라오의 악명을 익히 잘 아는 치료사는 얼른 모든 것을 다 토해냈다.
『지금 신전 예배소에 끌려가 있습니다. 태양의 스카라베를 훔쳤다고…….』
『뭐?』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시도르가 예배소 쪽으로 뛰다시피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시도르답지 않은 태도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 있던 토드모세도 예배소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연하는 스카라베를 훔치지 않았냐는 스네피루의 추궁에 한참 강변하고 있었다.
『얻은 것입니다. 정말이에요.』
『이걸 얻었다고? 누구에게서 얻었다는 말이냐?』
10여 년 전에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잘 기억 안 나는 소년에게서 바닷가에서 받았다고 대답이 바로 튀어나오려 했다. 아쉽지만 누가 들어도 그것이 더 얼토당토않은 변명이었다. 진실을 밝히는 것을 포기한 연하는 계속 하던 설명을 반복했다.
『누구인지 저도 이름은 모르지만 정말로 우연히 얻은 것입니다. 제가 어디서 이런 걸 훔치겠습니까.』
『사티아, 넌 이게 어떤 스카라베인지 아느냐?』
『태양의 스카라베가 아닌가요?』
연하는 카이로에서 만났던 노인이 해준 얘기를 떠올리며 대꾸했다.
그 대답에 약점을 확실히 잡았다는 득의만만함이 스네피루의 온 얼굴에 퍼졌다.
『그래, 이건 왕가와 혈통으로 이어진 고귀한 분들만이 갖는 스카라베이다. 이걸 누가 너같이 천한 이방인에게 줄 수 있단 말이냐.』
그 선포에 연하는 머리가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태양은 바로 이집트의 상징이자 곧 파라오였다. 파라오에 대한 형용사들을 외우면서도 단 한 번도 스카라베와 연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무심함이 가져온 결과에 어쩔 줄을 몰랐다.
『정, 정말로 얻은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속을 펼쳐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 악의로 가득한 사람들 앞에선 아무 말도 통하지 않았다.
『분명히 어디에서 도둑질한 것일 터. 네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누가 줬는지 우리 앞에 얘기를 해보아라.』
자신이 주는 공포를 즐기며 천천히 말을 잇던 스네피루가 연하를 처벌하란 선언을 하려는 순간 가쁜 숨의 흔적이 남은 이시도르의 음성이 예배소 입구에서 울렸다.
『그것은 선대 파라오가 내 어머니 이시스에게 내린 스카라베. 내가 그녀에게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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