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1991년 《동서문학》으로 등단한 박완호 시인의 신작 시집.
그동안 여러 권의 시집을 상재하며, 다양한 대상에 대한 그리움을 형상화했던 시인은 마침내 이번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를 통해 ‘상실’에 도달한다. 그 ‘상실’의 혼돈 속에서 기억을 만나기 시작한 시인은 동시에 ‘생성’에 닿기까지 한다. 이 두 가지의 쌍생 속에서 시인은 그리워하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음을 깨달아간다. 그것은 가파르고 바쁜 일상 속에서 귀한 존재이며 동시에, 박완호 시인의 시적 세계를 움직이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동안 여러 시집을 경유해 보여주었던 박완호 시인의 모티브가 마침내 한데 모인 듯한 인상을 주는 이번 시집은, 시인의 곡진한 목소리와 사물-감정을 꿰뚫는 기이하고 다정한 시선으로 세워졌다. 시인의 이러한 따뜻한 상상력은 막 지나간 계절처럼 그리움을 자아내고, 다가올 계절에 대한 숱한 설렘을 태동하게 만든다. 장식된 적 없이 마음으로부터 걸어 나온 이 서정은 봄과 닮아 있다. 그리고 이 봄을 만나기 위해 숱하게 잃었던 것들, 망각한 것들, 상실한 것들을 새삼 떠올려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기억을 만난 적 있느냐고.
“손톱에 찢긴 하늘에서는 / 나비들이 쏟아져”(「삼월」) 마침내 “그믐달 너머 꺼지지 않을 꽃등”(「사월의 푸른 밤」)을 환하게 밝히는 시인의 시간 속에 우리는 불 켜진 이미지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어두운 세상에 비춰보라는 듯, 시인이 끌어올린 이 빛을 “눈부신 불멸”(「해의 필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