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의지하고 있는 사물과 현상을 휘발성의 언어로 구제하려고 애쓰는 송승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이번 시집은 그의 첫 시집 『드라이 아이스』에 연속하면서 또한 단절을 시도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말의 부정을 넘어서서 말을 지워나가는 무모한 도전이 감행된다. 이러한 ‘여백’의 기획은 말에 의존하지 않고 대상을 만나려는 그의 순수한 면모와 맞닿아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인 ‘클로로포름’은 마취제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 성분을 뜻하지만 그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 클로로포름, 클로로포름 하면서 연이어 읽다 보면 의미는 모두 날아가고 혀의 감각만이 남아 리듬을 전한다. 오롯이 자신의 느낌, 그 언어적 체험에 집중해 시어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은 곧 새로운 시, 새로운 언어의 출현을 기대하게 한다. 이처럼 말의 열기로 대상을 차츰 태워나가는 이런 시들을 읽다 보면, 그 에너지로 인해, 결국 시를 읽고 있는 사람마저 증발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