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에서 태어나 200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윤훈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첫 시집 『나를 사랑한다, 하지 마라』이후 10년 만에 펴내는 시집이다.
아나키스트 김산, 앙리 마티스, 고흐, 가르시아 로르카, 찰스 부코스키, 피아졸라, 오규원, 김종삼, 바슐라르…… 시인의 영감이 된 예술가들이 마치 ‘빗속의 유령들’처럼 등장하는 이번 시편들은, 지난 첫 시집을 떠나온 시인의 예술적 취향과 색깔이 더 짙어졌다고 할 수 있다. 한 예술가의 취향뿐만 아니라, 시적 세계의 내벽을 두르는 언어와 시선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사랑과 예술과 인간의 갈고리가 생의 볼륨을 높이는 태동을 깨운다.
시인은 「시」라는 작품을 통해 말한다. “장미의 불을 꺼뜨리지 않고 / 태양과 춤추는 여자 / 내 가슴 한복판 맨발로 뛰어다닌”다고. 시인을 뜨겁게 달구는 ‘시’에 대한 열망은 64편을 뾰족하게 관통하는 것이자, 현재를 가장 정확하게 탐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겨울, 지옥, 오후 세 시, 생일, 어느 하루 등 시인의 시계를 이루는 거룩한 시침이기도 한 것이다.
시를 통해 다시금 심장 박동을 느끼고, 그로부터 눈 뜨게 된 시적 세계와 아우라를 풍기는 색체들, 관능적인 신체로부터 읽어나가는 사랑과 사랑 이후의 이야기들까지, 생의 볼륨을 결정하는 것들로 풍성하게 채워진 시집이다. 이윤훈 시인의 시집은 거대한 미술관에 들어선 기분을 선사한다. 살아있는 그림들과 포옹하는 조각들, 표범의 웅크림으로부터 뛰쳐나가기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심장들로 가득한, 정말이지 살아있는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