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블리오마니아의, ‘책’에 관한 놀랍고 환상적인 단편집
지식소설/교양소설을 넘어서는 새로운 소설
새로운 장르의 탄생, 김이경의 ‘책 소설 책’
작가 장정일이 독자들의 ‘교양’에 대한 들끓는 열망에 불을 붙인 ‘독서일기’를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로 정착시켰다면, 이 책 『살아 있는 도서관』의 저자인 김이경 작가는 ‘책에 관한 소설집’이라는 전무후무한 형식의 책을 통해 ‘소설’이라는 장르의 지평을 한층 넓히면서 독자들에게 대단히 지적이고도 심미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살아 있는 도서관』은 지난 2009년 출간된 『순례자의 책』의 9년 만의 개정판이다(초판에는 10편이 실려 있었으나 개정판에서는 2편이 덧붙었다). 초판 출간 당시 눈 밝은 독자들에게 참신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탄성을 자아내며 마니아 독자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이렇듯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온 저자의 내공이 빛을 발하면서, ‘인간에게 책이란 무엇인가’라는 인문학적 주제를 다채로운 단편소설들 속에 담아낸 새로운 시도이다. 인류의 놀라운 발명품인 ‘책’에 관한 흥미롭고 기발하며 때론 어처구니없고 참혹하기까지 한 ‘거짓말 같은’ 이야기들이 새로운 형식의 지식소설로 탄생했다. 저승이라는 도서관, 인피 장정, 조선시대 패설에 얽힌 살인 사건, 분서(焚書), 일본 에도 시대의 책 대여상 가시혼야, 사람 책, 중국 최대의 개인 장서각, 중세 유럽의 필경 수도사, 책의 적(敵) 등등 ‘책’에 얽힌 기발한 상상력이 동서고금의 다양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또한 중세 수도사의 기도의 독백부터 추리적 기법의 팩션, 다큐멘터리 형식에 이르기까지 생동감 넘치는 다양한 문체와 치밀하고도 다채로운 구성, 나아가 작품 전편에 흐르는 ‘책’에 관한 방대한 지식은 독자에게 소설이라는 장르가 선사하는 심미적 쾌감 못지않게 지적이고도 인문교양적인 깊은 만족감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