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하이바를 뒤집어 쓰고 있는 캐릭터와 ‘오기사’라는 필명으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오영욱. 그는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동시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사실, 그가 하는 이 세 가지 일은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여행을 다니며 본 도시와 건축을 그림으로 그리고, 책으로 묶는 작업이 벌써 네 번째다.
그는 현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작은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종 건물 내벽과 인쇄물에 그림을 그려넣기도 하고,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기 위한 비밀여행 역시 끊임없이 계속되는 중이다. 게다가 틈틈이 강의를 하기도 하고 블로그에도 매일 그림일기를 올리고 있는데…… 아니, 이렇게 다재다능하고 유명한 이 분, 더 말해 무엇하랴.
그는 어딘가의 지도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가는 것을 잠시 잊는다고 했다. 그에게 세상의 모든 도시는 손가락에 새겨진 지문처럼 모두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그래서 지도 위의 모든 그림과 글자들을 지우고 그물처럼 얽힌 길만 남겨놓으면 그 도시를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이번에 그가 지도를 펼친 곳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와 인도의 찬디가르, 마지막으로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였다. 각각의 대륙에 따로 떨어져 있는 데다가 그리 머지않은 과거의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신도시라는 사실 외에는 유사점이라고는 없는 이 세 도시들은 오기사에게 비슷한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세 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