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시인을 닮고, 시인은 자신이 쓴 시를 닮는다고 했던가. 『시에게 길을 묻다』는 소설가이자 문학 전문기자인 필자가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24명의 대표작을 그들의 삶 속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한 편의 기록영화이자 수채화 같은 에세이이다. 그의 발길과 파인더를 따라가다 보면, 어떻게 격랑의 시대 속에서 독자들의 심장을 뒤흔든 시가 태어났고(황지우의 ‘연혁’, 김사인의 ‘노숙’), 고통이나 가족사의 상처로 터지는 비명이 시가 되고(송수권의 ‘대숲 바람소리’, 나희덕의 ‘와온에서’), 죽을 것 같은 외로움이 한 잔의 독한 소주 같은 시(이생권 ‘그리운 성산포’)로 이슬 맺혔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시인이 꺼내놓는 내밀한 아픔은 그것을 듣는 이의 마음 또한 아프게 한다.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이 자살한 송수권의 개인사는, 왜 그의 시에서 남도의 아픈 가락이 진하게 묻어나오는지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외롭고 아픈 짐승의 눈빛처럼 독특하고 젊은 시인 강정의 강렬하고도 독한 시, 잔잔하면서도 웅숭한 깊이 있는 시선의 나희덕의 시들도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그 안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삶은 그렇게 아프고 외롭고 견뎌내야 하는 것들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 끝내 보듬어 안아야 하는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