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사에서 2세대 여성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최정희, 지하련 두 사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여성작가를 편의상 세대 구분하는 이러한 방식에는 논의의 여지가 있지만 보통 1세대 작가는 나혜석, 김명순, 김일엽 등이며 2세대 작가로는 최정희, 노천명, 이선희, 장덕조, 모윤숙 등을 꼽는다. 지하련은 작품수가 적어 2세대 작가로 잘 거론되지 않지만 그만이 가지는 소설적 장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소설 분야에서만큼은 2세대 여성작가로 최정희, 지하련 두 사람을 빼놓을 수 없다.
책에 실린 최정희의 ‘삼맥 연작’은 여성으로서의 삶보다는 자식을 위해 지상의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천륜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주어진 인간관계를 유지함으로써만 이룰 수 있는 사랑을 자기의 삶으로 결정한 여성이 겪게 되는 고군분투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1930년대부터 이미 문단 활동을 시작했던 최정희는「지맥」,「인맥」,「천맥」 ‘삼맥 연작’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비평가 백철은 최정희가 “일기체인 또는 고백적인 문장을 통하여 여성작가의 특유한 작품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지하련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매우 관념적이다. 이들의 언어는 책을 읽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할, 지식인의 그것이다. 이념과 관련되어 있는 자의 내면을 지루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헤쳐 내려가 그 끝에서 결국은 어떤 윤리의식을 대면하게 한다. 비평가 정태용은 이러한 지하련의 문체를 두고 ‘저음계의 감동의 착란’이라 한 바 있다. 관념적인 인물과 주제로 내면심리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소설은 섬세한 예술적 감수성의 소유자 지하련이 아니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