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는 전부터 내려오면서 인간의 행동을 속박하려는 규범이 있다. 그리고 그 규범의 모순을 찾아내고 그것을 타파하려는 세력이 있다. 이 두 경향의 혼재는 때로는 남·녀, 노·소의 대결로 나타나기도 하고, 보(保)·혁(革)의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이 갈등을 불러오고 상대를 공격하게 하는데, 각자의 경험과 환경,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결과이다.
이런 생각에서 『위진남북조시대를 위한 변명』은 지금까지 혼돈과 퇴폐, 난폭과 음란, 은둔과 기행으로 점철된 것으로 평가 된 동아시아 위진남북조 시대를 사상사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그동안 이 혼란의 시대에 벌어졌던 일탈된 행동을 개인적인 성격으로 보아 흥밋거리로 생각했던 종래의 시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이를 역사적 진행과정의 하나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동아시아의 위진시대에는 400년을 지탱해 온 한(漢) 왕조의 유교적 속박이 한 왕조의 몰락과 함께 그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때는 유교적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대두되고 발전했던 시기였다. 사상적으로는 죽림칠현과 도교, 불교의 자유·평등주의가 등장했고, 현실적으로는 만리장성이 무너지고 한족(漢族)과 호족(胡族)의 경계도 무너졌다. 다시 말하면 사상적인 속박도, 현실적인 국경도, 종족의 경계도 무너진 시대였다.
이렇게 기존의 틀을 깨려는 위진남북조시대의 풍조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것은 역사 진행에 있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과정이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400년간 이어 내려온 유교적 굴레를 깨부수려는 저항적인 면이 가져온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역사적 관점으로 꿰뚫어보는 안목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배경과 상황을 이해한다면, 오늘날 진보와 개혁,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외부에서 들어온 자유분방주의의 양면성에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