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이커 300년』 한국판이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본 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서울모임은 2014년 12월 28일 ‘퀘이커 신앙을 한국 사회에 올바로 알리고 친우회의 내적 성숙’을 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퀘이커 350년』 출간 계획을 수립했다. 이 날은 친우회가 한국 땅에서 공식적인 첫 예배모임을 가진 지 1만 9천 7백 34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이는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진작부터 계획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다만 역사의 필연성 위에 이미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바로 1953년 6.25전쟁의 폐허 위에 미국과 영국의 친우들이 도착했던 때, 그때부터였던 것이다.
역사적으로 친우회는 일찍이 노예제도, 아동에 의한 노동과 착취, 소수자에 대한 차별, 전쟁과 테러, 총포와 화약을 비롯한 무기사업 등 자유를 억압하는 모든 폭력에 저항해오면서 사회책임을 실현해왔다. 21세기에 들어 친우회는 자연과 환경, 특히 핵 문제에 대한 깊은 우려 속에서 이를 새로운 실천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들에 대한 어떠한 임무도, 지침도, 교리도 명시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이 책에 기록하고자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비추고 계시는 빛 즉, 우리 안에서 발현하고 있는 ‘속 빛(inner light)’이다. 우리 친우회에는 수세기가 넘는 고요예배와 집단명상 가운데 서로가 공유하고 있는 의제가 있다. 그것은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후세에 전승시켜 왔던 퀘이커들의 방향성이었다. 그리고 그 방향성은 다름 아닌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왔던 ‘평화’라는 진리로 향하는 길이었다.
평화! 그것은 우리 퀘이커들에게 가능해도 가야 할 길이었지만 불가능해도 가야만 하는 길이었다. 특히 한반도와 같이 좌·우로 갈라진 이념과 남·북으로 분단된 특수한 현실 속에서도, 평화! 그것은 한국 퀘이커가 지향하는 가장 높은 이상이었다. 우리는 세상에 우리가 하는 일을 어떠한 경우에도 내세우지 않고 가장 고요하고, 가장 평화로운 방법을 찾아 실천해왔다. 이러한 취지를 확산시키는 데 이 책을 출간하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그 분께서 주관하시는 일이다.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추는 빛이 있어나니(요한복음 1장 9절)”....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