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일본 추리문학계는 일흔이 넘은 노작가가 세운 대기록에 놀라움과 찬탄을 금치 못하였다. ‘긴다이치 코스케’와 함께 일본의 국민 탐정으로 불리는 ‘아사미 미쓰히코’를 주인공으로 한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가 누적판매 부수 1억 부를 돌파한 것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살아 있는 거장으로 칭송받고 있는 작가 우치다 야스오에 의해 1982년 첫선을 보인 이래, 총 111편의 작품이 출간된 이 시리즈는 명실공히 일본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탐정물로 인정받은 것이다.
오가는 사람으로 늘 혼잡한 기차역에서 젊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던 중으로, 그녀는 여행 일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단순 강도사건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지만 의미 있는 목격자나 용의자가 쉬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녀의 소지품 중 유일하게 행방을 알 수 없는 ‘고토바 전설’ 고서와 관련된 이들이 차례로 살해되고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만 발 빠른 범인에 의해 농락만 당할 뿐이다. 상사와의 충돌로 독자적인 수사에 나선 노가미 형사 앞에 8년 전 그녀가 당한 사고를 알고 있다는 아사미 미쓰히코가 나타나 그를 돕겠다고 나선다.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을 비롯한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에는 극단적으로 악한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가는 범죄자를 단순한 악으로 단정하지 않고, 오히려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슬픔과 고뇌에 집중하는데 이는 주인공의 수사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건의 퍼즐을 풀어가는 한편, 범인이 ‘절대 악’이 아닌 것처럼 아사미 역시 ‘절대 선’의 입장에 서는 일은 없다. 아사미는 우리가 그러듯 타인의 죄를 벌하는 데 있어 고민하고, 사건보다는 사람을 읽으려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스펙터클한 액션이나 놀라운 반전, 기괴한 트릭 없이도 1백 편이 넘는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동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시리즈는 일본 역사에서 유명한 장면이나 전설을 소재로 차용하면서도 독자에게 일본적인 가치관이나 문화관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독특한데, 이는 더 많은 대중을 포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