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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글쓴이
허수경 저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11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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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허수경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모래도시를 찾아서』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박하』 『아틀란티스야, 잘 가』 『모래도시』, 동화책『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독일에서 투병 중 별세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근 4개월에 거쳐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 일일연재로 소개된 『박하』는 그 시작부터 여러모로 화제가 된 소설이었다. 시인 허수경이 쓴다는 거, 시인 허수경이 독일로 가 공부로 삼은 고고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거, 한 세기를 놓고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로 말미암아 인간이라는 존재의 안팎을 시공간을 거슬러 끊임없이 묻고 있다는 거, 그렇게 집요하게 근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거, 특유의 애잔한 정서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던져져 있으나 그걸 집는 마음의 구부러짐으로 결국 인간의 심장을 들여다보게 한다는 거.

사고로 아내와 아이 둘을 잃고 선배가 있는 독일로 떠난 한 사내가 있다. 그의 이름 이연, 『박하』는 바로 그 사내, 이연의 이야기와 더불어 ‘이무(李無) 혹은 칸 홀슈타인의 기록-1902년 봄에서 1903년 겨울까지’라고 쓰인 노트 속 칸의 이야기가 교차하여 전개된다.

이연은 출판 편집자다. 한 사람의 인생 항로를 바꾸는 정말 좋은 책을 만들고 싶었으나 참고서 팀으로 발령이 나더니 결국 실업자가 되고 만다. 거기다 저릿한 연애 시절을 거친 후 결혼한 아내마저 두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두 번이나 불륜을 저지른, 사십대 중반의 허허로움을 이기지 못해 부유하던 그였으나 그로써 완전히 절망에 빠지고 만다. 그런 이연에게 대학 내내 동지였던 마준이 노트 한 권을 건넨다. 20세기 초 중국을 떠돌다 독일인에게 입양되어 고고학자가 된 이무의 기록이었다. 이연은 그 기록을 읽으며 이무과 자신을, 또 이무와 마준을 동일시하게 된다. 이연은 마준을 따라 독일로 가고, 거기서 또 이무의 기록을 따라 터키로 향한다.

이무의 기록에는 하남이라는 고대의 도시를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이무는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노마드 여인 하남을 만나게 되고, 하남에게는 동시에 여러 시간을 살아가는 병이 있다. 하남과 사랑에 빠진 이무는 그녀와 삶을 꾸리고 싶어하지만, 탐욕스러운 식민지 시대의 기운이 터키를 침범하기 시작한다. 이무의 기록을 모두 읽고 난 이연은, ‘존재하지 않는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여둔 책에 대한 아이디어 폴더를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아내가 썼던 시 한 편으로 시작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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