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 책상 위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여기 시험지 채점을 못하면 세상이 망할 거라고 믿는 빨간 펜이 있습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빨간 펜은 엄청난 시험지 더미를 보며 책상 서랍 속에서 빈둥거리는 스테이플러, 지우개, 연필, 압정, 형광펜, 가위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모두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모른 체합니다. 스테이플러는 사람들이 날마다 등을 쾅쾅 눌러대는 통에 온몸이 쑤신다고 하고, 지우개는 날마다 머리가 닳아 없어지는 바람에 치매증상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까칠한 성격인 가위는 날이 무뎌져 쓸모없어질까 걱정이고 압정은 ‘꼬맹이’라 무시하는 친구들 때문에 늘 뾰로통합니다. 형광펜은 바싹 말라 쓰레기통에 버려질까봐 두렵습니다. 얼마 전 사인펜아저씨가 뚜껑을 잃어버리고 바싹 말라 쓸모없어지는 바람에 쓰레기통에 처박힌 끔찍한 사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거든요. 연필은 안 그래도 몽당연필인 자신이 더 짧아질까봐 걱정이라며 빨간 펜의 청을 거절합니다. 하는 수 없이 빨간 펜은 밤새 혼자 채점을 합니다. 그러다가 빨간 펜은 그만 과로로 쓰러집니다. 그뿐이면 다행이게요? 기절한 빨간 펜은 그만 공포의 ‘쓰레기통’ 속으로 굴러 떨어지고 맙니다. 이제 빨간 펜이 없는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세상은 정말 망하는 걸까요? 친구들은 빨간 펜을 구하기 위해, 세상이 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묘책을 쓰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