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은 글로벌 시대에 이르러 한 가지 한계점에 봉착한다. 인적·물적 교류가 전세계 단위로 활발해진 현재, 언어·민족·영토와 관련한 습관이나 라이프스타일로서의 문화를 발견해 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와 일본인 여성의 결혼을 다룬 이 책의 주제 또한 단지 미국과 오키나와의 문화 접촉의 한계를 넘어 남편이 속한 군대라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다국적 집단과의 접촉으로 확장된다.
저자 미야니시 가오리는 2005년 10월부터 약 3년간 참여 관찰, 인터뷰, 사진과 비디오 기록 등의 방법으로 오키나와 주둔 미군 병사와 그 아내들, 미군 병사와 교제하고 있는 여성, 기지 내 근로자, 기지촌에서 일하는 사람들, 퇴역 군인 등을 연구했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미군의 외국인 아내를 다루었던 기존의 연구는 미군 병사와의 결혼 생활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간과했고, 군대가 결혼과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지 않았으며, 미군 병사의 시각을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기존 연구는 미군의 “외국인 아내”라고만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각 개인의 다양성에 대해 다소 획일적으로 기술된 부분이 있다. 이러한 한계점은 미군 병사와의 가정생활이나 결혼 생활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불충분한 논의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저자는 군인 아내의 다양성, 군대가 결혼과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 결혼의 부정적인 측면, 미군 병사의 시각이라는 네 가지 점에 주목하여 서술하고 있다.
책은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군대와 지역사회 사이에 형성된 중층적인 관계를 다루는 1부, 미군 병사와 오키나와 여성의 교제나 결혼 생활에서 발견되는 군대와 오키나와 사이의 긴장 관계, 그 사이에서 흔들리는 남녀의 모습을 다룬 2부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다양하게 서술된 주변부를 살아가는 사람들, 이를테면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편견에 노출되어 있는 일본 본토 출신의 여성들과,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오키나와 주민들과 미군 사이에서 고충을 겪는 오키나와 출신의 일본인 아내들 각자의 이야기를, 남성의 시각으로만 서술하지 않고 동시에 지역사회의 문맥을 잘 고려하여 고찰하는 것이 글로벌화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인류학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