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시인 이윤학이 3년 만에 발간한 신작 시집. 시인이 시의 바깥이 아닌 안쪽에서 모색한 ‘새로움’은 깊이와 울림으로도 반복이나 답습이 아닌 ‘낯선 체험’을 선사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이 속에 수록된 57편의 시들은 조금씩 변화해온 이윤학의 시에 분수령이 됨은 물론 기존 문법 속, 모든 가능성을 타진하며 세계, 그 너머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 시집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어떤 소망적인 풍경이다. 그것은 기원과 욕망의 측면에서 가능성의 풍경이지만, 간절함의 깊이가 사실은 불가능성에 연유한다는 측면에서 불가능성의 풍경이기도 하다. 이는 가정법을 통해서만 언어로 실현될 수밖에 없는 불가능성의 풍경이지만, 그 불가능성을 미적으로 실현해내기에 시적 가능성의 최전선이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는 시간이며, 그러나 이미 흔적처럼 실현된 시간이다. ‘당신’이 있는 풍경이 아름답거나 결국 처연한 이유 역시 그러할 것이다.